한보그룹 정태수 총회장의 지시에 따라 여·야 정치인들에게 로비자금을 전달한 박승규 한보문화재단 이사장이 14일 김윤환 신한국당 고문의 검찰 조사를 앞두고 돌연 잠적, 의혹이 일고 있다.대검 중수부(심재륜 검사장)는 이 날 김고문과의 대질신문을 위해 박이사장을 참고인 자격으로 출두할 것을 요청했으나 박씨가 소환에 불응, 잠적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2월 1차수사때 박씨에게서 『정총회장에게서 김고문에게 5천만원을 전달하라는 지시를 받았으나 3천만원만 건네고 2천만원은 개인적으로 썼다』는 진술을 확보했었다. 김고문을 이날 상오 10시30분 검찰에 출두, 12시간 가량 조사를 받은 뒤 하오 10시께 검찰청을 나서면서 『나는 결백하다. 조사결과는 검찰이 나중에 밝힐 것』이라며 『검찰이 박씨와 대질신문하려 했으나 연락이 안 돼 기다리다 돌아간다』고 말했다.
검찰관계자는 11일 박씨를 소환, 자민련 김용환 의원과 대질신문 한뒤 14일 상오 출두하도록 요청했었다. 박씨는 두 김의원 외에도 앞으로 소환될 정치인 상당수에게 정씨의 로비자금을 건넨 것으로 알려진 핵심인물이다.
검찰은 11일 김용환 의원을 조사한 뒤 『정총회장이 「지난해 총전직전 박승규씨를 시켜 김용환 의원에게 5천만원을 전달하도록 했다」고 진술했으나 김의원이 이를 부인해 박씨와 대질신문했다』고 밝힌 바 있다.
충남 홍성 출신으로 고려대를 나온 박씨는 74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을 지냈으며 이 인연으로 충청권 인사 및 구여권인사들과 폭넓은 교류를 해왔다. 정총회장은 91년 수서사건 이후 박씨를 한보그룹 회장으로 영입, 대충청권 및 구여권 인사들의 로비를 맡겨왔다.
검찰 관계자는 『박씨가 중간에서 돈을 가로챈 자책감 때문에 자취를 감췄을 가능성이 크다』며 『그러나 정치권의 종용에 따라 잠적했을 수도 있어 소재를 파악중』이라고 밝혔다.<김상철 기자>김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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