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사태 질문에 직답 피한채 해법 고심국민회의 김대중 총재가 미국 방문길에서 돌아오자마자 고민에 빠져들었다. 정국이 점차 통제 불가능한 상태로 치닫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김총재는 14일 당사에서 귀국 보고회를 겸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이 자리에서 「외교 대통령론」을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한보사건과 관련된 질문들이 나오자 『한보사건과 김현철씨 문제에 대해서는 일관된 입장을 갖고 있다』고만 말하고 직답을 피했다.
이종찬 부총재 등 당의 중진들이 귀국 즉시 그에게 『한보를 직접 언급하지 말라』고 건의했다는 후문이다. 국민회의는 확대일로를 걷고 있는 소환정국에 대해 뾰족한 해법은 정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김총재가 출국하기 전과 귀국후 정국에는 상당한 수준의 「시차」가 있다.
김총재는 4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한보정국을 적절하게 주도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방미길에 올랐다. 2월 그는 청주에서 『대통령도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발언, 한보사건을 김영삼 대통령에게 직결시켰다. 그는 이어 김현철씨와 대선자금문제를 언급하면서 한보사건을 정권차원의 비리로 확대해나갔다. 출국직전 김총재는 「경제살리기」를 위한 영수회담을 전격 제의, 흐름을 수습국면으로 돌려놓기도 했다.
그러나 귀국후 정국은 김총재가 결코 「쥐었다 놓았다」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당내에서 『김봉호·장재식 의원 등의 자금수수가 확인될 경우 개인차원의 문제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얘기도 들린다. 국민회의의 한 관계자는 『터널의 끝은 커녕, 비상구조차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며 『최악의 시나리오도 현실이 될 수 있는게 아니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김총재는 한동안 김대통령의 「기 실리기」를 한보사태의 해법으로 삼았다. 이제는 김대통령을 통한 해결방식이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인식이 당내에서 늘고 있다. 김총재는 15일부터 마산·창원 공업단지를 방문하며 경제회생 행보를 계속한다. 그러나 김총재가 한보정국을 넘어서기 위해서 「경제살리기」 외에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할 시기가 왔다는 지적이 많다.<유승우 기자>유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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