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국회 한보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보근 한보그룹 회장은 부전자전식의 「자물통입」특기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는 신문 초반부터 『모른다, 기억이 나지않는다』고 부인으로 일관했다. 특히 특혜대출문제 및 정치권에 대한 로비문제에 대해서는 아버지 정태수 총회장을 보호하려는 듯 기초적인 사실관계조차 초지일관 부인했다.정회장은 한보철강에 대한 투자액과 대출액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아예 입을 다물었다. 아버지 정씨가 금융이자로 1조2,000억원가량이 소요됐다고 해명하다가 낭패를 보았던 것을 의식한 듯했다. 이 때문에 신한국당 박주천 의원은 『자물통입인 아버지보다 더하다』고 화를 냈고, 자민련 이상만 의원은 『도대체 아는게 무엇이냐』고 호통을 치기도 했다. 정회장은 국민회의 이상수 의원이 김현철씨와의 관계를 추궁하면서 그가 직접 서명한 쉐라톤 워커힐 호텔 빌라의 투숙기록을 들이대도 『기억에 없다』고 강변했다. 의원들은 증거자료를 수집하고도 정회장이 끝까지 입을 열지않자, 정총회장의 청문회때보다 더 맥빠진 모습이었다.
다만 정회장은 시종 굳은 표정으로 눈을 내리깔던 아버지에 비해 때때로 웃음을 짓는 등 여유있는 자세를 보였다. 정총회장이 『재판중이라서 대답할 수 없다』고 의원들에 대해 정면도전하는 자세를 보였던 것에 비해 정회장은 『죄송하다』고 사과하면서 예봉을 피해갔다. 부자간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정태수씨가 『사업을 잘해서 국가에 보답하겠다』고 강한 재기 의욕을 나타낸데 반해 아들 정씨는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고 담담한 반응을 보인 점이다.<유승우 기자>유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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