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외압에 “수사권 침해” 반박/소환 5인 돈 수수 “시인 반·부인 반”14일 검찰에 소환된 정치인들 대부분은 12일 소환조사를 받은 정치인들의 말바꾸기에 대한 비난여론을 의식한 듯 한보로부터 돈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시인반 부인반으로 일관했다.
○…이날 상오 10시30분께 대검청사에 출두하면서 『측근을 포함해 누구도 한보 돈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던 김윤환 신한국당 고문은 하오 9시55분께 귀가하면서 「조사후 달라진게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변한 것이 없다. 나는 결백하다』고 밝혔다. 김고문은 또 『자세한 조사내용은 검찰이 나중에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고문은 다른 소환 정치인들이 타고 내려왔던 중앙엘리베이터 대신 비상엘리베이터를 이용, 중앙엘리베이터 앞에 진을 치고 있던 취재진들이 한꺼번에 몰려드는 바람에 일부 기자가 넘어지는 등 혼잡이 빚어었다.
○…상오 11시께 도착한 김옥천 전 의원은 승용차를 타고 오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그는 『왜 걸어서 왔느냐』는 질문에 『차가 없다』고 대답했다. 금품수수여부에 대해서는 『조사해봐야 알지』라고 대답했다가 질문이 계속되자 『한보 관계자와 만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하오 2시께 모습을 나타낸 김한곤 전 충남지사는 『당진제철소 1단계 준공식 당시 참석해 정태수 총회장을 만난 적은 있지만 돈을 받은 사실은 없다』며 혐의사실을 일단 부인했다. 그러나 15일 0시20분께 조사를 마치고 청사로비에 모습을 드러낸 김 전지사는 풀 죽은 표정으로 『정치후원금 명목으로 돈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 전지사보다 50여분 일찍 조사가 끝난 신한국당 김정수 의원은 「측근들이 받지 않았느냐」고 기자들이 거듭 추궁하자 직접적인 언급을 회피한 채 『검찰이 나중에 모든 것을 밝힐 것』이라고 말해 금품수수 사실을 간접 시인했다. 하오 3시께 도착한 이철용 전 의원은 『여기 오게 된게 다행이다. 그동안 온갖 설로 만신창이가 됐는데 오히려 홀가분한 기분』이라고 운을 뗀 뒤 『95년 본인이 이사장으로 있던 한·일 장애인 교류대회 후원금으로 행사 실무자가 3천만원을 받은 것 외에는 한 푼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는 정치인 수사 조기종결 요구와 음모설 등에 대해 부당한 검찰권 침해라며 매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이회창 신한국당대표가 13일 김영삼 대통령에게 수사 조기종결을 요청한데 대해 『검찰의 입장은 사실여부를 철저히 가려 범법사실이 있으면 법에 따라 처리한다는 것』이라며 『정치권이 요구한다고 진행중인 수사를 그만둘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당초 정치권이 리스트 수사 불가라는 검찰 방침에 축소·은폐수사라고 비난했다가 막상 수사에 착수하자 빨리 끝내라고 아우성이다』며 『도대체 이들의 저의가 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검찰은 민주계와 야권에서 제기하는 「음모설」 「김현철 가리기」 주장에 대해서도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한 수사관계자는 『소환대상자에 민주계 뿐 아니라 김윤환 하순봉 의원 등 여·야를 막론한 여려 계파가 고루 포함돼 있는 것만 보아도 음모설은 전혀 근거없는 주장』이라며 『일부 정파가 정치적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공연히 검찰을 헐뜯고 있다』고 말했다.<김상철 기자>김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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