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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뺑소니 영장기각」 우려한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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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뺑소니 영장기각」 우려한다(사설)

입력
1997.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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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 실질심사는 피의자를 불필요하게 구속함으로써 생기는 피해를 줄여 보겠다는 인권존중의 제도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제도의 활용을 환영했던 것이고 또 이 제도의 빠른 정착에 기대를 걸었던 것이다.그러나 모든 제도가 그렇듯이 영장 실질심사제도 또한 적지않은 시행착오가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변호사를 살 수 있는 여유계층이 구속되는 비율이 낮고, 변호사를 댈 수 없는 어려운 계층이 가벼운 죄질에도 불구하고 구속률이 높다는 것이다. 그래서 유전불구속 무전구속이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라고 한다. 그 때문에 우리는 영장 실질심사제가 과연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를 새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특히 이 제도 실시이후 살인죄와 맞먹는 교통사고 뺑소니 사범의 구속마저 이 제도실시 이전보다 50% 가까이가 불구속 처리되고 있다는 검찰의 통계를 보면서 우리는 놀라움을 금하기가 어려운 심정이다. 뺑소니 운전자는 사형·무기 또는 5년이상 징역형 등 살인죄가 적용되는 중범죄이다. 그런데도 하물며 영장 실질심사제가 실시된 1∼3월 3개월간 집계한 통계 결과, 검거된 뺑소니 사범 3,690명중 76%인 2,806명이 불구속 처리되고 4분의 1도 못되는 24%인 884명만이 구속됐다는 데서 그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어 크나 큰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다.

교통사고 뺑소니 사범은 죄질로 따지자면 매우 나빠 그간 관계기관이 중벌로 다스려 온 사범이다. 그것은 비단 엄청난 피해를 주는 교통사고 줄이기 차원만이 아니라 우선 도주했다는 데에 더 큰 중벌의 의미를 부여했던 것이다. 물론 교통사고는 차를 운전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범할 수 있는 것이다. 부주의든, 피치 못할 상황하에서든 교통사고를 저질렀다면 사후처리에 얼마나 많은 성의와 노력을 기울였느냐에 따라 죽을 사람을 살릴 수도 있고 다친 사람의 치료를 한결 가볍게 할 수 있는 것이 교통사고의 특성이다.

그러나 뺑소니 사범은 사고를 낸 자가 그나마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도주까지 했다는 점에서 그 죄질은 결코 용서받을 수 없다는 것이 사회의 일반적인 통념인 것이다. 그런데도 하물며 법원이 영장 실질심사제를 이유로 혹 돈 있는 뺑소니 사범에게불구속의 특혜를 부여했다면, 그 제도의 도입취지를 망각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는 「교통사고 사망자 세계제일」이라는 오명을 면치 못하고 있는 처지이다. 영장실질심사제가 교통사고 뺑소니사범을 부추기는 제도로 악용되어서는 안될 이유를 법원이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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