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피고 1억 전달 시점 등 진술 오락가락 권씨측 전과14일 열린 한보사건공판에서 한보 총회장인 정태수 피고인에게 2억5천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권노갑 피고인의 무죄여부를 놓고 정재철 피고인과 권피고인간에 치열한 설전이 4시간30여분동안 벌어졌다.
권피고인측 변호인이 집중 추궁한 대목은 정피고인이 권피고인에게 1억원을 건네주었다는 시점. 검찰의 공소사실은 권피고인이 지난해 10월초 국감직전인 평일 하얏트호텔에서 정피고인을 만나 국감질의 무마용으로 1억원이 든 돈가방을 받았다는 것. 검찰은 공소장에서 당시 정피고인이 너무 서두른 나머지 가방열쇠를 미처 주지못해 2∼3일 후 건네 주었다고 밝히고 있다.
권피고인은 검찰조사때부터 자금수수시점이 10월이 아니라 12월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반면 정피고인은 검찰조사 당시는 「10월초」라고 했다가 자금전달 장소와 정황 등은 수차례 진술을 번복했다.
권피고인 변호인단은 이날 정피고인의 「흔들리는」진술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이석형 변호사는 정피고인에게 『지난해 10월 9일 국감이 시작됐고 정피고인이 가방열쇠를 권피고인에게 전달할 수 있었다면 그 때는 두 의원이 함꼐 참석한 11일의 병무청 감사 뿐』이라며 『열쇠를 전달하기 2∼3일전인 평일돈이 전달됐다면 7일∼8일뿐이지만 7일은 권피고인이 일본대사관을 방문한 날이어서 정피고인을 만날 시간이 없었다』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에 정피고인은 『정총회장에게 돈을 받은 날이 휴일일 지도 모른다』고 말했고 장소 역시 국감장과 의원휴게실을 오락가락하는 등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변호사는 정태수 피고인에게서도 「전과」를 올렸다. 그는 정피고인에게서 『지난해 권피고인에게 5천만원씩 3차례 1억5천만원을 건네주었다는 검찰진술은 권피고인의 기자회견 신문 스크랩을 보고 기억해 낸 것』이라는 대답을 이끌어 냈다. 1억5천만원이 대가성 없는 정치자금임을 입증하는데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셈이다. 이같은 돌발상황에 검찰이 당황해 보충신문에 나섰다. 『어려워진 회사를 잘 봐달라는 취지로 돈을 준 것 아니냐』고 추궁했지만 정피고인은 『회사와 관련된 현안은 없었다』며 이를 부인했다. 1억5천만원이 대가성없는 정치자금으로 인정되고 나머지 1억원마저 「특정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뇌물혐의가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 전개된 것이다. 앞으로의 공판과정에서 권피고인에 대한 검찰과 변호인단의 유·무죄공방은 더욱 치열해 질 수 밖에 없게 됐다.<이영태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