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반포 ‘재활용 주민축제’토요일인 12일 하오 3시 서울 서초구 신반포2차 아파트 106동 주변은 온통 축제분위기였다. 한적하던 아파트단지가 사람들로 북적대고 고소한 음식냄새가 사방에 진동했다. 대학풍물패의 장구소리도 활기를 더했다. 특히 헌 옷, 중고TV, 자전거, 사용하지 않은 바퀴벌레퇴치약 등 다양한 물건이 차려진 재활용품교환 알뜰 장터에는 물건을 고르고 사는 사람들로 성시를 이뤘다.
이날 행사는 쓰레기를 줄이고 자원절약을 생활화하자는 차원에서 신반포2차 아파트 13개동 1,500세대를 대상으로 실시된 「재활용 주민축제」.
장터에 나온 500여점의 물건은 그 전날까지 아파트주민들이 기증한 것이다. 주민들로 이뤄진 「축제준비위원회」가 매긴 가격은 등나무의자 하나에 5,000원, 아기욕조는 1,000원, 원피스 한벌에 1,000원 정도였다.
이 곳을 지나던 주부는 뒤늦게 오디오세트를 집에서 실어오기도 했다. 그는 『새 오디오를 사면서 버리기도 마땅치않아 처박아 두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래되긴 했지만 성능은 썩 좋은』 이 오디오세트는 1만원의 가격에 5분만에 팔려나갔다.
초등학생들이 벌여 놓은 「어린이장터」에도 손님이 많이 몰렸다. 장난감, 동화책, 필통 등 자기 물건을 들고나온 어린이들은 100∼1,000원씩 가격이 적힌 종이쪽지를 붙여놓고도 손님을 끌기 위해 『비싸면 반으로 깎아드려요』라며 손나발을 불었다. 서진완(초등4년)군은 『아직 새것인데도 싫증이 나 사용하지 않던 장난감을 팔고 다른 장난감을 샀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한쪽에는 녹색소비자연대와 한살림운동본부에서 차린 「환경마크상품전시회」와 「유기농산물장터」가 눈길을 끌었다.
이번 행사의 특징은 전적으로 주민의 힘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 서형숙(39·한살림환경위원회 위원장)씨는 『자발적으로 열린데다가 바로 집앞에서 장터가 펼쳐지기 때문에 물건을 들고 나오기도 사가기도 쉽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허명화(51·서초구의회 의원)씨는 『중산층이 주로 살아서 재활용품을 꺼려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호응이 높았다』며 『알뜰장터를 한달에 한번 정도 상설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녹색 소비자연대 이사인 허씨와 한살림 회원인 서씨 등 지역 주민 12명이 준비위원회를 구성한 것은 1일. 아파트게시판에 알리는 글을 붙이고 집집마다 초대장을 보냈다. 평소 「멀쩡한 쓰레기」때문에 골머리를 앓던 관리사무실측도 대환영이었다. 반면 반상회를 통한 음식장만 등의 도움요청은 거절당하기도 했다. 「뜻은 좋지만 귀찮다」는 이유였다. 결국 음식문제는 몇몇 주부들이 자원봉사를 자청하면서 해결됐다. 이날 생긴 수익은 아파트 단지내 쓰레기통의 도색과 음식쓰레기처리 퇴비기계를 구입하는데 사용될 예정이다. 녹색소비자연대는 다른 아파트에서도 재활용주민축제가 열릴 수 있도록 적극 도울 계획이다.<김동선 기자>김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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