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치권의 수준 낮음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한보사태라는 국가적 위기의 와중에서조차 여전히 그런 정치행태를 보이고 있음은 유감스럽다.12일 이회창 신한국당대표가 청와대측에 요청한걸 계기로 또 다른 파란을 일으키고 있는 정치권 수사조기 종결 외압문제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되는 것이다. 그 이유는 너무나 분명하다.
왜냐하면 한보사건에 있어서 우리 정치권도 분명한 공범이기 때문이다. 비록 외압실체는 아니라 해도 줄줄이 거액을 받아 챙긴 혐의로 검찰에 소환되어 조사를 받고 있는 처지인데 거꾸로 검찰에 압력을 넣겠다는 것이야말로 적반하장의 망발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국민들은 최근의 정치권 움직임에 대해 일말의 의혹을 품어왔을 뿐 아니라 환멸마저 느껴온게 사실이다. 정태수 리스트가 공개되기 시작하자 혐의 대상에 오른 일부 정치 실세들이 정치적 음모설을 제기하면서 국가적 수사 및 사법권행사에 제동을 걸려 기도했었다. 그런 정치인들이 검찰에 소환되기 전과 후에 보인 한심스런 말 바꾸기 작태는 지금 국민들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회창 대표는 한보사태와중에서 여당대표가 된뒤 언제나 「법대로」를 강조해온 법조인 출신의 정치인이다. 그런 사람이 아무리 국가적 위기 돌파가 필요한 국면이라 해도 법치대원칙을 가벼이 넘볼수는 없을 것인데, 왜 그런 건의를 했는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설혹 그런 건의가 받아들여져 통치권에서 지시했다 해도 어떻게 진행중인 수사를 감히 끝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는지 묻고 싶다.
그렇지 않아도 한보사건은 「검찰권행사의 독립」이란 법치국가존립의 근본적 문제에 대한 의문마저 제기한 바 있다. 검찰수사가 권력의 외압에 춤을 추면서 국민들의 불신을 받은 나머지 진행중인 사건의 수사책임자가 바뀌는 불명예스런 사태도 빚어졌다. 그 결과 「앞만 보고 가겠다」는 검찰 스스로의 의지표명도 있었던 것이다.
이런 시점에서 돌출된 정치권의 조기 종결기도란 검찰의 반발을 살 수 밖에 없게 되어 있다. 만의 하나 검찰이 그런 잘못된 정치기도에 또다시 꺾일때 검찰이 설 땅이란 없어질 것이고, 그로 인해 초래될 민심이반 현상도 훨씬 심해질 것이 아닌가.
「혐의 있으면 수사 있다」는건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수사의 대원칙이다. 일부 정치권에서 한보사건 수사가 주된 목표에서 벗어나 정치권 수사에만 전념케 함으로써 현철 커넥션과 「몸체」를 보호하려 기도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음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몸체수사를 어떤 기도로도 피해갈 수 없듯이 거액을 받은게 명백해지고 있는 정치인들 수사를 덮어 버릴수도 없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정치권은 이제라도 검찰에 오히려 힘을 실어줘 정치인 수사뿐 아니라 「몸체」수사를 강화토록 격려해야 한다. 부정한 정치인들은 도태되고 몸체도 숨김없이 밝혀지는게 정치권 물갈이와 국가적 위기극복의 지름길임을 정치권은 깨달아야 한다. 검찰도 이럴 때일수록 더욱 흔들림 없는 수사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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