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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는’ 실험정신… 현대회화의 길/한풍렬전·김홍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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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는’ 실험정신… 현대회화의 길/한풍렬전·김홍주전

입력
1997.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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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풍렬전­흔적·풍물연작 60여점 선봬/김홍주전­그림·사회와의 관계 등 조명「튀는 그림」이 현대회화에서 살아남는다. 고답적이고 진부한 표현기법으로는 주목을 끌지못하고 발전도 없다. 전통회화의 개념에 충실하면서도 실험적인 시도로 새로운 회화의 가능성을 탐색해온 한풍렬(55) 경희대 교수와 김홍주(52) 목원대 교수가 작품세계의 변신 역정을 보여주는 대규모 개인전을 펼친다. 이들은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묵묵히 독창적인 화역을 개척해온 대표적인 중견작가. 이번 작품전은 대여화랑을 이용하는 신진작가와 유명화랑이 관리하는 중진·원로작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된 중견작가가 대형화랑과 미술관의 초대를 받아 열린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16∼22일 서울 공평아트센터(02―733―9512) 전관에서 개인전을 여는 한풍렬씨는 서울대 회화과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후 대학원에서는 한국화로 방향을 바꾼 이색적인 경력만큼 도전적인 화풍을 구사해왔다. 동·서양의 재료와 기법을 가리지않고 그린 추상화 「흔적」연작에 이어 80년대말부터 조개가루로 마티에르효과를 살린 한국화를 선보였다.

또 성의없이 그려지는 추상화가 그럴듯한 논리로 포장되고 설치미술이 횡행하는 화단의 분위기에 반발, 20년 넘게 매달려온 「추상」을 버리고 구상의 길로 들어섰다. 그리고 동유럽으로 훌쩍 풍물스케치를 떠났다. 30여개국을 돌아본 후 그는 채색물감과 아크릴, 먹 등을 골고루 사용해 제작한 그림을 내놓았다. 중세의 성당과 번화한 거리, 시골풍경 등을 그린 「세계풍물」연작은 발묵과 농염의 처리 등 한국화기법에 바탕을 두고 있으면서도 구도나 채색방식이 맑고 투명한 수채화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흔적」시리즈와 함께 「풍물―그 삶의 이야기」라는 제목의 작품 60여점을 선보인다.

「예술로서의 그림」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을 던져온 김홍주씨는 16일∼5월6일 서울 사간동 금호미술관(02―720―5114)에서 그동안의 작업을 정리한다. 70년대 전위미술그룹인 「ST(Space and Time)」에서 작품활동을 시작한 김씨는 거울테나 창틀, 밥상 등의 오브제 위에 극사실적으로 묘사한 그림을 끼워넣는 시도를 했다. 예술과 실제, 가상과 현실을 혼동시킴으로써 회화의 본질 또는 사물인식의 허와 실을 되돌아보게 하려는 의도이다.

80년대 중반이후 그는 단순히 그림 자체의 문제를 넘어서 그림과 사회, 그림과 문화의 관계를 추적한다. 인물화에서는 인체의 골격을 이루는 뼈와 살, 옷 등을 차례로 그려 넣고 풍경화는 원근법을 무시하고 고지도나 조감도처럼 대상을 표현하고 있다. 특히 산과 호수의 형상으로 인물을 재현한다든가 무의미한 글씨를 나열하고 변형시키는 작업으로 그림이 문화적 배경에 따라 의미와 해석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부각시킨다. 홍익대 서양화과와 동대학원을 나온 김씨는 78년 한국일보사 주최 한국미술대상전 최우수프론티어상을 받았다.<최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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