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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하게 열린 「자물통」/어제 한보 3차공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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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하게 열린 「자물통」/어제 한보 3차공판

입력
1997.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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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수씨 변명·궤변 등 장광설/변호인이 나서 오히려 말 제지「자물통」 한보그룹 총회장 정태수 피고인의 말문이 14일 오랜만에 틔였다. 정피고인은 이날 열린 한보특혜대출비리사건 3차공판 변호인 반대신문에서 자신의 입을 통해 적극적인 방어전을 폈다. 변호인들은 그의 말수가 많아지자 오히려 말을 끊느라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정씨의 무거운 입에서 쏟아진 말들은 말뒤집기가 아니면 변명에 지나지 않았다. 관심을 모은 정태수 리스트와 대선자금 등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었다.

정씨는 이날 변호인 반대신문에 앞서 심경을 고백하는 것으로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는 『한보부도로 국가가 어려운 지경에 빠져 송구하다』며 동정을 구한 뒤 당진공장이 공정 90% 상황에서 부도가 난 점에 의구심을 던지며 말을 이어나가려다 처음 변호인으로부터 제지당했다. 재판장이 열연·냉연공장에 대해 설명을 요구하자 『내가 하겠다』고 나섰다가 두번째로 변호인의 제지를 받았다. 검찰의 보충신문에선 장황하게 늘어놓다 재판장으로부터 『혐의사실에 대한 인정여부만 말하라』는 경고까지 받았다.

그는 검찰의 추궁에 『부도나기 3일전인 1월20일에야 자금악화를 처음 알았다』고 검찰진술을 번복하다 불리하면 『모른다』『실무자들이 알아서 한 일을 총회장이 어떻게 알겠는가』라고 머슴론으로 발뺌했다. 『은행이 피고인 사업을 위해 자금조달계획을 세우는 거냐』고 검찰이 몰아세우자 『은행도 이익이 나니까 대출해주는 것 아니냐』고 맞받는가 하면 『사업을 하다보면 아무리 사정이 좋아도 세금이나 전기료를 연체할 수 있다. 검사도 사업을 한 번 해보라』고 목청을 높였다.<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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