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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 고릴라·침팬지 갈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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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 고릴라·침팬지 갈길은?

입력
1997.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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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림벌채 증가속 ‘고깃감’ 사냥 성행/‘부모’들 몰살에 새끼는 애완시장행미국 CNN방송 개리 스트리커 기자는 최근 아프리카 카메룬에 취재를 갔다가 난감한 경우를 당했다. 어떤 마을을 지나다 고릴라 새끼를 사라는 제의를 받은 것이다. 녀석은 고아였다. 어미는 일주일 전에 사냥꾼에게 잡혀 고깃감으로 팔렸다. 사냥꾼에게 얻어맞아 상처 투성이인 녀석의 젖은 눈망울은 뭔가를 호소하는 듯 했다. 그러나 스트리커 기자는 제의를 거부했다. 가슴 아프지만 「현실주의자」여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곳에서는 이런 일이 많다. 특히 얼마 전부터 독일과 프랑스 벌목회사들이 밀림 속으로 진출하면서 사냥꾼들도 따라 들어와 고릴라와 침팬지를 마구 죽이고 있다. 이들 유인원은 「묘한 고기맛」때문에 소고기값의 3배 정도로 거래된다. 세계동물보호협회의 칼 아만씨는 『원주민들은 오랫동안 고릴라와 침팬지를 잡아먹었고 그런 습관을 바꿔야 할 필요를 전혀 못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원주민들은 고아가 된 새끼를 대부분 돈많은 외국인들에게 애완용으로 판다. 동물애호가들의 「동정심」을 노리는 것이다. 외국인들은 이렇게 구입한 새끼를 현지 림베동물원 야생동물보호센터에 맡긴다.

이런 행위가 멸종위기에 처한 고릴라 보호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세계자연보호기금의 스티브 가틀랜씨는 『그건 고릴라나 침팬지보호에 나도 뭔가 기여했다는 감상적인 환상을 심어줄 뿐』이라며 『동정심에서 새끼를 사주는 것은 사냥꾼들에게 새끼를 더 많이 잡아오라고 부추기는 것과 같다』고 지적한다. 물론 고아가 된 새끼는 그냥 내버려두면 며칠 후 밀림 속에서 죽고 만다.

카메룬 콩고 가봉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자이르 등 중·서부 아프리카에서는 매년 고릴라와 침팬지 수천마리가 희생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의 동물원과 실험실에서 키우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고릴라와 침팬지가 매년 잡아먹히는 셈이다. 유인원 사냥은 불법이지만 단속은 거의 없다. 고아가 된 새끼들은 고기거래의 부산물이다.

유인원을 보호하는 유일한 현실적 방법은 서식지인 열대우림의 10%정도를 철저한 보호구역으로 만들어 여기서 살도록 해주는 것이다. 물론 그러려면 엄청난 돈과 노력이 든다는 점이 동물보호운동가들의 딜레마다. 중앙아프리카는 사람도 먹고 살기 힘든 곳이다. 앞으로 20년동안 이 곳 인구는 2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따라서 땔감이나 수출용 목재를 얻기위한 밀림파괴도 그만큼 심해질 것이다. 더구나 원주민들에게 동물보호 운운은 돈 많은 나라 사람들의 한가한 소리로 들릴 수 밖에 없다.

스트리커 기자는 고아 고릴라를 버려두고 떠나면서 이런 말로 죄책감을 달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녀석은 상처가 심해서 어차피 며칠 못살았을 거야…』<이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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