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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고아가 되나요”/서울 창신동 진란·주희 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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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고아가 되나요”/서울 창신동 진란·주희 자매

입력
1997.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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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 화재로 「고아부모」 잃고 병상에/동네주민들 “도울 방법 없나” 눈시울심야 화재로 초등학생 자매가 고아를 대물림하게 되자 넉넉지 않은 동네사람들이 소매를 걷어붙였다.

13일 0시30분께 서울 종로구 창신1동 330의 65 다세대주택 2층 진병하(39)씨의 월셋집에서 불이 나 진씨와 부인 김금자(33)씨, 외아들 재훈(4)군 등 3명이 숨졌다. 큰딸 란(11·숭신초등 4년)양과 둘째딸 주희(10·〃3년)양은 동네사람들의 도움으로 목숨은 건졌지만 전신에 2도 화상을 입고 국립의료원에 입원했다. 경찰은 공사장에서 막노동을 하는 진씨 등이 생활고를 비관해 자살한 것으로 일단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동네사람들은 『그럴리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동네사람들은 『진씨부부가 가난하지만 성실하고 알뜰히 가정을 꾸려왔다』고 말했다.

고아들인 진씨 부부가 동대문시장 뒤 창신1동으로 이사온 것은 85년께. 진씨 혼자 막노동판에서 날품을 팔며 어렵게 생계를 꾸려가면서도 동네일이라면 앞장서 왔다는 것이다. 란양 자매는 동네 할머니 아주머니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진씨가 일을 나가고 부인 김씨가 집을 비울 때면 이웃 할머니들이 란양 자매를 친손자처럼 보살펴 주었을 정도였다. 95년 아들 재훈군을 얻은 뒤 진씨 부부가 뒤늦게 결혼식을 올릴 때도 동네사람들은 자기 일처럼 도와주었다.

95년 부인 김씨가 간염으로 병석에 있을 때 한 돌이 갓 지난 재훈군을 데려다 키웠다는 김영진(67) 할머니는 『고아로 자란 때문인지 진씨는 집에 돌아오면 아이들과 뒹굴었다』면서 『란양 자매를 꼭 잘 키워야 한다』고 울먹였다. 진씨 부부와 형제처럼 지낸 박옥심(43·여·상업)씨는 병원에서 『동네 주민과 란양 자매를 도와주는 방법을 상의하겠다』며 『고아를 대물림한 란양 자매가 너무 가엾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동네사람들로부터 딱한 소식을 들은 박승년(53) 창신1동장은 이날 정흥진 종로구청장의 위로금을 전달하면서 『란양 자매를 소년소녀가장으로 등록시키고 이들이 훌륭하게 성장하도록 주민과 함께 보살펴줄 계획』이라고 말했다.<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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