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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국 마다가스카르 ‘비싼 조약돌’ 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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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국 마다가스카르 ‘비싼 조약돌’ 러시

입력
1997.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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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파이어가 숲을 먹어치운다/농부들 “신의 선물” 매년 수천㏊ 숲 황폐화/희귀 동식물 멸종위기·잇단 자연재해에/‘환경보호’ 국시삼아 단속총력 불구 역부족마다가스카르의 자연이 「사파이어 러시」로 크게 훼손되고 있다. 인도양에 위치한 아프리카 섬나라 마다가스카르는 1인당 국민총생산(GNP)이 240달러에 불과한 가난한 농업국. 그런데 최근들어 농부들이 본업을 제쳐놓고 너나 할 것없이 사파이어 채굴작업에 나서 매년 수천㏊ 숲이 사라지고 동식물도 적지 않게 멸종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야생동식물보호기금(WWF) 등 환경보호기관들이 동식물 보호를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93년 집권한 알베르 자퓌 대통령도 「환경 보호」를 국시로 내걸고 이에 적극 호응했다. 사파이어 채굴권을 소수에게 국한시킨 것이다.

하지만 한달에 150프랑(2만2,000원)벌기에 빠듯한 농부들이 한달에 적어도 1,000프랑(15만원) 이상을 벌 수 있게 하는 사파이어 캐기를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 이들에게 숲이 황폐해지고 사라진다는 호소는 귀에 들리지 않는다. 정부에서는 경찰과 군대를 동원, 불법적인 사파이어 채굴작업을 막고 있지만 게릴라식으로 채굴작업을 벌이고 있는 이들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최근 사파이어 노천광이 발견된 북부 안타나보 인근 안보도포지역에서는 「비싼 조약돌」을 찾으려는 농부들이 5,000명이나 몰려 들어 새로운 마을 하나가 생겼다. 이 마을에는 젊은 여자들까지 둔 맥주 카페까지 등장, 밤마다 흥청거리고 있다.

또 초록색과 노란색의 질낮은 사파이어를 일등품질의 블루사파이어로 만드는 인도인과 세네갈인 기술자까지 들어와 있다. 농부들은 곳곳에 널린 사파이어를 캐기 위해 나무를 베어내고 카멜레온이 살고 있는 덩굴들도 마구 없애 버려 점차 동식물들이 살 수 없는 곳으로 황폐화시키고 있다.

무분별한 자연훼손은 천재를 부르기 마련이다. 사파이어 채굴로 나무가 없어지자 조그마한 기상변화에도 큰 피해가 난다. 지난 겨울 남부지역에 닥친 폭풍으로 인해 150명이나 사망한 것이 대표적 예이다.

사파이어 채굴을 하고 있는 한 농부는 「강위에 떠있는 카누안에서 목말라 죽을 수는 없다」는 마다가스카르 속담을 인용하며 생계를 위해 사파이어 채굴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신은 바보가 아니다. 만약 신이 숲에 사파이어를 만들었다면 이는 불쌍하고 가난한 우리를 위한 것』이라고 채굴작업을 정당화한다.

WWF의 한 관계자는 『마다가스카르의 동식물중 90%는 전세계에서 이 곳밖에 존재하지 않는다』며 『멸종위기에 처하지 않은 유일한 동물은 영물이라고 여겨지는 여우원숭이뿐』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마다가스카르의 환경과 동식물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농부들이 농사일로도 생계를 이을 수 있도록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처방을 제시했다.<권대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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