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부터 시작된 한보청문회 초반결산은 낙제점이다. 12일까지 7명의 증인을 신문한 국회국정조사특위는 14, 15일 「구치소청문회」를 속개한 뒤 16일부터 국회로 자리를 옮겨 내달 1일까지 청문회를 계속한다.국회는 청문회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고조시키기 위해 초반에 정태수 한보그룹 총회장, 신한국당 홍인길 의원, 김종국 전 한보재정본부장 등 핵심인사들을 증언대에 세웠다. 그러나 결과는 맥빠지고 알맹이 없는 청문회로 나타났다. 시청률도 예상보다 훨씬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첫날 정총회장때는 시청률이 16∼25% 수준이었으나 그 이후 점점 낮아지고 있다. 시청률이 평상시 보다 오히려 낮을 때도 있다는게 방송관계자들의 얘기다.
「청문회 무용론」이 나올 만큼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이유는 우선 증인들의 불성실하고 무책임한 답변 때문이다. 증인들은 중요한 대목에 이르러 『모른다』 또는 『기억이 안난다』 등의 답변으로 일관했다. 검찰조사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답변들이다. 특위위원들의 준비부족과 질의방식에도 문제가 있었다. 의원들은 증인들의 「자물통 입」을 열 수 있는 구체적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데다 신문방식도 미숙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의원들은 또 한보사태가 지니고 있는 정치적성격을 십분 의식, 당리당략적으로 접근한 나머지 상당한 시간을 정태수리스트와 특위위원 자격시비에 허비했다. 이와 함께 신한국당 이신범 김재천 의원이 10일 특위위원 사퇴서를 제출하는 바람에 분위기는 더욱 썰렁해졌다.
청문회가 스타를 배출하기는 고사하고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청문회가 진행되는 동안 언론사 등에는 『이따위 청문회를 무엇때문에 하느냐』는 전화가 빗발쳤다.
구치소청문회가 한보특혜대출 외압의 실체를 규명하는데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한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청문회는 정총회장 등이 여야중진의원들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사실을 간접 시인케 함으로써 「정태수리스트」 연루정치인에 대한 검찰수사를 재촉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또 핵심사안은 아니지만 정총회장이 한보철강 부도직전 당시 이석채 청와대경제수석과 접촉한 내용 등 일부 사실이 새로 밝혀지기도 했다.<김광덕 기자>김광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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