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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씨 뇌물 「배달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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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씨 뇌물 「배달사고」

입력
1997.04.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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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환·김윤환씨에 전달할 5,000만원/박승규씨 모두 가로채거나 일부 꿀꺽”정태수 한보그룹 총회장이 측근을 통해 전달한 거액의 로비자금은 과연 「수신인」에게 온전히 배달됐을까. 검찰수사와 청문회를 통해 정씨가 준 뇌물도 여러 손을 거치면서 배달사고가 있었음이 드러나 실소를 자아내고 있다.

박승규(65) 한보재단 이사장은 검찰조사에서 『지난해 4·11총선전 정총회장으로부터 「자민련 김용환 의원에게 갖다주라」며 5천만원을 받았으나 가로챈 뒤 정총회장에게는 「임무를 완수했다」고 허위보고를 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김의원이 금품수수 사실을 완강히 부인하자 정총회장과 박이사장을 불러 3자 대질신문을 한 결과 박이사장으로부터 이같은 「실토」를 받아냈다는 것.

박이사장은 『신한국당 김윤환 의원에게 전달하라는 5천만원도 그 중 2천만원은 내가 쓰고 나머지 3천만원만 건네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모인사에게 전달하라고 준 1억원중 5천만원을 개인적으로 쓴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명을 피할 수 없게된 박이사장은 K대 교수 출신으로 71∼79년 청와대 민정수석, 80년 초대 환경청장을 역임하는 등 화려한 학·관계 경력을 지닌 인물. 미 UCLA객원교수를 하다 91년 수서사건으로 궁지에 몰려있던 정총회장의 권유로 한보그룹 회장에 취임했으나 지난해 3월 한보그룹이 2세경영체제로 개편되면서 2선으로 물러 앉았다.

정총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종국 한보그룹 전 재정본부장도 4·11총선직전 신한국당 김덕룡 의원에게 전달토록 한 돈을 가로챘다는 의혹을 받고있다. 김종국 전 재정본부장은 청문회에서 돈을 준 사실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버티다 『그럼 삥땅한 것이냐』는 이규정 의원의 직설적인 추궁에 『그럴지도 모른다』라며 굳이 부인하지 않았다. 물론 정확한 사실을 감추려는 의도적인 답변일 가능성도 있다.

이에 앞서 신한국당 정재철 의원도 95년 10월 국정감사때 정총회장으로부터 『우리 회사 관련자료를 요청한 의원 4명을 무마토록 국민회의 권노갑 의원에게 전달하라』며 받은 1억원을 가로챈 사실이 이미 밝혀진 바 있다.<이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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