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대한 추가 식량지원 여부를 둘러싸고 미 행정부내에서 상반된 두가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북한에 대한 적절한 지원을 통해 북한사회의 개방과 개혁을 유도해야한다는 소위 「연착륙」(소프트랜딩) 논리와 대북지원 보다는 북한의 붕괴에 대비하는 방향으로 대북정책을 수정해야한다는 2개의 상반된 주장이 마찰음을 내고 있는 것이다.그러나 결론부터 말한다면 미국 정부가 이제까지 취해온 대북 연착륙정책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다. 빌 클린턴 미 행정부는 이 전략에 따라 지난 2월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의 요청을 수용, 1,000만 달러의 식량을 지원한 데 이어 조만간 2차 대북 지원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94년에 나온 미북간의 제네바 핵합의도 바로 이같은 논리에 입각한 것이며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를 위한 4자회담에 북한의 호응을 유도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 맥락에서이다. 북한의 연착륙을 유도한다는데는 한국정부도 미국측과 입장을 같이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방부를 비롯한 미행정부내 일각에서는 『북한으로 하여금 현재의 스탈린체제를 포기하도록 압박을 가해야한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미 공화당과 보수파 싱크탱크 등에서도 여기에 박자를 맞추고 있다. 이같은 대북 압박론은 북한의 식량사정이 악화하면서 한층 설득력을 더해갈 전망이다. 아이로니컬하게도 북한정권의 붕괴 임박설은 대북 식량지원을 호소하는 북한 동정론자와 대북 강경론을 고수해온 매파가 한목소리로 떠들고 있다. 미국언론에 자주 얼굴을 내미는 북한정권의 붕괴 임박론은 한국에 대해서는 대북 추가지원을 유도하고 북한에 대해서는 보다 타협적인 태도를 촉구하기 위한 미국측의 「대 남북한 카드」라는 분석도 유력하다.
어느 경우건 현 상황에서 클린턴행정부가 일관되게 추진해 온 대북 연착륙정책이 당장 수정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워싱턴=신재민 특파원>워싱턴=신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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