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씨 앞 ‘짧게’‘표준말’ 메모 눈길/일부의원 눈에띄게 저자세 신문12일 국회 한보특위 청문회도 맥빠지고 알맹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거물급」 증인중 한사람인 홍인길(신한국당) 의원이 증언대에 섰지만 그는 좀처럼 속을 털어놓지 않았다. 여기에다가 의원들도 증인이 동료의원이라는 점을 의식해서 인지 유난히 신중하고 「조용히」 신문했다.
○…청문회는 비교적 순항하던중 하오에 이양희(자민련) 의원이 『김영삼 대통령이 92년 여름 정태수씨의 이웃인 김명윤 신한국당고문의 아파트를 방문했던 사실이 있다』며 관련 녹음테이프를 공개하자 크게 술렁거렸다. 그의원은 이 테이프를 두번이나 틀며 김대통령이 정태수씨를 직접 만났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에대해 여당측은 『위원회의 사전승인조차 얻지않은 테이프로 신문하는 것은 안된다』 『도대체 언제 어디에서 녹취한 것이냐』고 녹취내용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러자 현경대 위원장은 이의원의 석명을 요구하는 한편 추후에 위원회차원의 검증과정을 거치기로 조정하는 것으로 가까스로 상황을 수습했다. 그러나 김문수(신한국당) 의원이 이의원의 테이프에 직접 공격을 가하자 국민회의와 자민련의원들이 모두 일어나 고함을 치며 격하게 항의하는 등 소란이 이어졌다.
○…홍의원은 상오 10시14분께 수인번호 「보 3432」가 새겨진 수의를 입고 증언대에 서 시종 담담하고 차분한 자세로 의원들의 신문에 답했다. 홍씨는 첫 신문자인 김경재(국민회의) 의원이 소감을 묻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어 의원들이 뇌물수수혐의 등 자신의 치부를 지적할 때마다 홍씨는 『부끄럽게 생각한다』 『송구스럽다』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다』며 자세를 낮췄다. 특히 김대통령에게 큰 정치적 부담을 주었다는 의원들의 질타가 나올 때는 눈시울을 붉히며 고개를 떨구었다.
홍의원은 그러나 김대통령의 한보관련여부, 김현철씨 문제 등 핵심사안에 대해서는 『전혀 아니다』 『그런 일 없다』며 강한 부인으로 일관했다. 야당의원들이 김대통령과의 개인적 인연을 꼬치꼬치 캐물을 때에는 『참 내…』라고 혼잣말을 하며 쓴 웃음을 짓기도했다. 또 이규정(민주당) 의원이 「깃털론」을 물었을 때에는 한참동안 증자의 고사를 인용해가며 반박하기도 했다.
홍의원의 증언대위에는 「짧게」 「죄송합니다」 「표준말」 등의 메모가 놓여져있어 눈길을 끌었다. 홍의원은 실제로 시종 단문의 답변으로 일관, 사전에 변호인단 등과 치밀한 협의를 가졌음을 알게했다.
○…청문회에서는 홍씨와 안면이 있는 신한국당과 국민회의 의원들이 눈에 띄게 「저자세」를 보여 시선을 모았다. 먼저 현위원장이 『홍의원이 어려운 일을 당해 증인으로 나오게 된 것을 유감으로 생각하지만 사실을 말해달라』며 「분위기」를 잡았다. 이어 『너무 추궁하는 것은 비인간적인 것 같아 넘어가겠다』(김경재 의원) 『본의아니게 마음을 아프게 해도 해량해달라』(김학원 신한국당의원)는 등 배려성 발언이 속출했다. 그러나 홍의원이 이미 확인된 사실조차도 부정하자 일부 국민회의의원들은 『그런 것까지 속이느냐』고 불쾌해했다. 반면 홍의원과 사적인 인연이 적은 자민련의원들은 상대적으로 「독하게」신문, 대조를 이뤘다.<김광덕 기자>김광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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