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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스런 홍 의원 증언(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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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스런 홍 의원 증언(사설)

입력
1997.04.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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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국민들은 국회청문회에서 홍인길 의원의 증언에 한가닥 기대를 가졌었다. 본인이 한보사건에서 깃털에 불과하다고 했기 때문에 몸체의 정체를 밝힐 것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홍의원의 증언은 국민에게 깊은 배신감을 안겨줬다. 양심고백은 커녕 「모른다」 「사실 아니다」 「그런 일 없다」는 식의 철저한 잡아떼기로 일관한 것은 무책임하다.당초 홍의원이 관련된 의혹부분은 너무나 중요한 사항들이었다. 한보특혜 대출의 과정, 이를 주도한 홍의원 윗선의 몸통, 야당이 주장하는 92년 대통령선거때 한보의 600억원 자금지원의 사실여부, 김현철씨와 한보와의 관계 및 민방선정 등 국정개입 여부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그는 부인 작전으로 자신이 한보사건의 모든 책임을 짊어지려는 속죄양의 자세를 보여 국민의 분통을 터뜨리게 했다.

홍의원의 답변자세는 매우 전략적으로서 앞서 정태수 총회장 증언의 복사판이었다. 즉 지금까지 나온 증인중 반성과 속죄라는 말은 가장 많이 내세웠지만 핵심사항에 대해선 대부분 부인하여 결코 반성도 속죄도 하고 있지 않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그는 관련은행장들에게 전화를 걸어 사업지원의 일관성을 내세워 융자를 도와달라고 했고 한이헌 이석채 전 청와대경제수석들에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택했음을 진술했다. 하지만 오늘날 청와대총무수석이 전화한다고 수천억∼수조원의 거액을 선뜻선뜻 대출해 줄 은행장들이 과연 있겠는가하는 의심이 간다. 은행장들이 내부의 부정적 심사결과를 외면하고 거액을 한보에 준 것은 깃털보다 윗선인 몸통의 위력과 무게를 느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날 청문회에서 대다수 의원들이 홍의원에게 깍듯한 예의를 차린 것은 동료의원이란 점에서 이해는 간다. 그러나 준비부족속에 막연히 「몸체를 밝혀라」는 식의 똑같은 질문과 판에 박은 답변의 반복은 국민들을 짜증나게 했다. 특히 몇몇 여당의원들은 홍의원의 깃털논을 애써 인정내지 두둔하는 자세를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여전한 중복·반복의 나열식 질문과 미숙한 의사진행은 한심스럽다.

이번 한보청문회의 증인중 주역은 정태수 총회장 부자와 홍의원 김현철씨이며 조역은 한·이 전경제수석, 박재윤 전 장관, 관련은행장들, 박태중 박경식씨들이다. 따라서 주역들이 벌써 부인과 잡아떼기를 함으로써 청문회의 효과와 장래를 더욱 흐리게 하고 있다.

홍의원 역시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잡아뗀다고 한보비리가 덮여지고 수습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청와대와 김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의혹은 더욱 커질게 틀림없다. 홍의원이 이날 「대통령에게 누가 된 것이 가장 한스럽고 부끄럽다」고 한 말이 진심이라면 김대통령과 문민정부의 명예를 위해, 모든 국민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 우선 「검찰에서 모든 것을 다 진술했다」는 내용부터 밝혀야 한다. 침묵과 부인은 면책의 성공이 아니라 파멸을 자초하는 것이다. 특위는 정총회장에 이어 홍의원을 다시 불러 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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