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관련성·대가성 입증이 관건검찰은 「정태수 리스트에 오른 정치인들을 어떻게 처리할까. 여전히 검찰의 공식 입장은 『조사해봐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 사법처리 여부에 대한 어떠한 예단도 없이 결연한 의지로 공명정대하게 수사한뒤 다만 결과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당연한 입장이다.
검찰의 이같은 원칙론 강조는 33명의 소환 정치인중 일부가 사법처리될 수도 있다는 예측을 가능케 한다. 검찰주변에선 수사팀의 적극적인 의지로 보아 최소한 2∼3명의 정치인이 사법처리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소환대상자 가운데 여야 중진의원과 국회 재정경제위 소속 의원이 많다는 점이 주목된다. 받은 돈의 대가성이나 직무관련성을 따진다면 당내에서 동료의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거나, 금융권에 대출압력을 넣을 수 있는 자리에 있었던 의원들이 문제가 될 소지가 많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3∼4명의 정치인은 억대이상의 거액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사법처리 여부가 주목된다. 이들은 물론 한결같이 정치자금 또는 선거자금 명목이었다고 주장하지만 정태수씨처럼 계산에 밝은 기업주가 대가 없이 자금을 지원했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정씨도 이미 8일 국회 청문회에서 『정치인에게 보험금을 주는게 좋다고 해 돈을 주었다』고 말해 대가성이 있었음을 간접 시인했다.
따라서 검찰이 국회의원의 직무범위와 받은 돈의 대가성을 폭넓게 인정할 경우 상당수 정치인이 사법처리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이와 관련, 포괄적 뇌물죄 적용을 신중히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아직까지 사법처리 여부를 단언하기는 어렵다. 우선 검찰 내부에서도 국회의원들이 정치자금 명목으로 받은 돈의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을 입증하기가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특히 포괄적 뇌물죄 적용 여부에 대해서는 공소유지가 쉽지 않고, 앞으로 선례가 된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견해가 만만찮다.
무엇보다 검찰로선 관련 정치인들의 반발과 정치권의 파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이다. 특히 소환대상자 일부만 사법처리할 경우 형평성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이미 정치권 일각에선 「음모설」이 제기되고, 검찰이 밝힌 33명의 리스트 외에 정태수씨가 직접 돈을 주고 관리해온 또 다른 A급 리스트가 있다는 설도 나돌고 있다.
검찰은 이에 대해 『정씨가 말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검찰에서 진술한 리스트는 33명이 전부』라며 리스트 축소의혹을 부인했다.
검찰은 소환대상 33명을 매일 3∼4명씩 불러 늦어도 내주말까지는 조사를 마칠 계획이다. 정국안정을 위해 조사를 가급적 빨리 끝낸다는 방침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무더기 조사방식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범죄혐의를 입증하기보다는 모든 사람을 빠짐없이 조사했다는 모양세만 갖추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검찰이 겉으론 철저한 수사의지와 사법처리 불사 방침을 강조하면서 실제로는 해명성 수사로 마무리 지으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김상철 기자>김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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