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북한의 위기적 상황이 어느 때보다 심각한 때라는 것이 내외의 일치된 인식이다. 이럴 때 코언 미 국방장관의 방문을 맞아 양국이 군사공조체제와 주한미군 유지를 함께 재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국민의 불안감을 가라앉히고 양국간의 신뢰를 높인데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미국인이 보는 북한의 위기상황은 작년말 이후 급격히 긴박한 느낌을 주고 있다. 미중앙정보국(CIA)의 존 도이치 전 국장은 지난해 사임하기 직전 의회보고를 통해 김정일정권 해체과정이 1∼2년 안에 시작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난달에는 백악관 동아시아지역 안보담당 샌드라 크리스토프 선임보좌관이 북한의 붕괴과정은 예상보다 이를 수 있으며, 붕괴과정의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10일 휴전선 인근 미군부대를 방문한 코언 장관은 『통일된 자유한국을 목격할 수 있는 골인지점에 거의 도달했다』고까지 말했다. 그는 또 『북한체제의 종말이 가시권내에 있지만 그것이 몇개월이 걸릴지 또는 몇년이 걸릴지는 단언할 수 없다』고도 말했다.
같은 날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지는 미국방부정보국(DIA) 보고서를 인용해 「앞으로 4개월 안에 북한에서는 약 10만명이 아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므로 한미 양국은 종래의 연착륙정책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북한의 갑작스런 붕괴에 대비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이 신문은 주장하고 있다.
때마침 일본에서는 북한이 사거리 1,000㎞의 노동 1호 개발을 완료해 최근 3기를 동해안에 실험배치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국방부는 이날 철원지역 군사분계선 부근에서 북한군 5∼6명이 경계선을 넘어오는 것이 목격돼 아군과 총격전이 있었다고 발표했다.
물론 이런 모든 예측과 움직임이 서로 연관된 것이라고는 단언하기 어려운 점이 있고, 북한정권이라는 것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체제가 견고하기 때문에 그렇게 간단히 무너진다고 보는 것은 위험하다는 반론도 상당한 설득력을 갖추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어떻든 북한을 보는 미국의 시각이 점점 긴박성을 더해 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스페인 그리스에서 중남미와 아시아를 거쳐 동유럽까지 전개된 70년대 이후의 갖가지 독재체제 붕괴과정에 관여해 온 미국의 사태분석능력은 일응 신뢰성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할 만하다.
이번 회담에서 북한의 위기상황에 대한 분석과 통일후 미군주둔방식에 대해 개략적인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금은 군사공조의 다짐을 넘어 무고한 시민을 인질로 한 국지도발 가능성에 대해서도 양국이 인식의 차이를 좁혀 두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본다. 지난해 잠수함 침투사건과 유사한 형태의 국지도발을 감행해 올 경우 그 사태의 판단과 대응전력 동원을 놓고 양국간에 이견이 발생한다면 초기작전에 심각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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