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전보다 이용’ 유흥지 전락/곳곳 스키·골프장 들어서고 덕유산은 아예 회복불능/게다가 횡단도로로 단절 ‘생태계의 섬’ 고립/희귀동식물도 점차 사라져제도 도입 30년, 국립공원이 허술한 관리와 심각한 산림훼손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자연생태계를 보전하고 국민의 보건·휴양에 기여한다는 애초의 지정 목적과는 달리 무분별한 관광개발로 단순한 유흥지로 전락해 가고 있다.
67년 지리산이 국립공원 제1호로 지정된 이후 현재까지 지정된 국립공원은 모두 20개. 그러나 정부의 정책은 진입도로와 위락시설 개발에만 치중, 공원지정 당시보다 자연훼손이 더욱 심각해진 상황이다.
골프장 스키장 콘도 등 국립공원내에 들어선 대규모 위락시설은 전국에 20개소가 넘는다. 특히 덕유산 국립공원의 산림파괴는 무주리조트 개발과 양수발전소 건설 등으로 회복불능 상태에 이르렀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호남대 조경학과 오구균 교수는 『221만평 규모의 무주리조트 개발로 향적봉 부근 자연보존지구가 해발 1,500m까지 훼손됐고 70만평의 삼림이 사라졌다』며 『파괴가 워낙 심각해 국립공원 지정에서 해제해야 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해발고도가 높고 기온이 낮은 아고산대의 경우 야영지와 이용객 증가로 인한 토양 침식으로 철쭉, 진달래, 눈향나무 등 관목숲이 사라져 민둥산이 돼 가고 있다. 응용생태연구회에 따르면 한라산 능선부 12만1,000㎡, 지리산 노고단과 세석평전 3만4,000㎡, 소백산 비로봉 주변 1만335㎡, 덕유산 향적봉 주변 1,218㎡가 훼손됐다. 탐방객이 늘면서 등산로 훼손도 심각하다. 바닥이 평균 30㎝이상 침식돼 고사목이 늘고 노폭도 정상의 3배에 가까운 5m이상으로 넓어 졌다.
전국 주요 국립공원은 3, 4개의 횡단도로로 단절돼 생태계의 섬으로 변했다. 동물 이동로가 차단되고 자동차 배기가스로 인해 식물생장 환경도 나빠졌다. 가축방목과 밀렵, 식물채취 등으로 산양과 사향노루 수달 너구리 등이 멸종 위기에 처했고 각종 희귀식물도 사라지고 있다.
이같은 국립공원 훼손은 자연보존보다는 관광 및 지역개발에 중점을 둔 정책에 원인이 있다. 대부분 나라들이 공원관리 업무를 환경부서나 별도의 부처에 맡기고 있는 것과 달리 우리는 내무부 지역개발과가 주무를 맡고 있다. 자연자원을 관리할 전문인력도 턱없이 부족하다.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예산 지원도 부족하다. 국립공원 관리를 위한 국고지원이 88년 46억3,000만원에서 93년엔 38억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대신 입장료, 야영료, 주차료, 매점 수입 등 자체 수입은 88년 50억원에서 93년 154억원으로 3배 이상 늘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의 한 관계자는 『관리비용의 20%만 국가에서 지원하므로 나머지는 자체수입으로 충당할 수 밖에 없어 수익 위주 경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서울시립대 이경재 교수는 『보전을 외면한 철저한 이용 위주 정책으로 진정한 의미의 국립공원은 사라지고 유흥지만 남았다』며 ▲국고지원 확대 ▲환경부처로의 업무 이관 ▲자연 휴식년제 등 생태계 복원사업 실시 ▲자연자원 조사 및 동식물 생태관리 전문요원 양성 ▲다양한 자연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배성규 기자>배성규>
◎임도 되레 ‘역기능’/환경평가 무시 주먹구구 개설/부실시공따른 산사태 등 문제
「임업의 사회간접자본(SOC)」으로 일컬어 지는 임도가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산림을 효율적으로 개발·관리하기 위한 산간도로인 임도는 임산물을 운반하고 조림 산불진화 병충해방제 등 각종 산림사업을 수행하는데 없어서는 안되는 길이다. 문제는 이처럼 중요한 기능을 가진 임도가 주먹구구식으로 개설돼 오히려 역기능이 심각하다는 것.
환경단체들은 『산의 지형이나 지질 생태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임도 개설로 천연림이 마구 훼손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초식동물의 이동을 방해하고 식물 미생물 등의 종변화를 일으켜 생태계의 혼란을 초래한다는 지적까지 내놓고 있다.
임도가 안고 있는 문제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부실시공에 따른 피해. 공사를 하다가 암반을 만날 경우 그냥 방치하는가 하면 상당수 임도는 해빙기나 장마철이면 유실, 또는 붕괴 위험에 노출돼 있다. 실제로 큰 비라도 오면 토사가 흘러 내리거나 산사태가 발생, 애써 개설한 임도가 제기능을 못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현재 전국 각지의 산간에 만들어진 임도의 총길이는 경부고속도로의 약 25배인 1만800여㎞. 폭을 10m로만 잡아도 108㎢에 해당한다. 산림청에 따르면 올해 1,062억원을 들여 1,550여㎞를 닦는 등 2010년까지 총 5만6,000㎞를 확보할 계획이다.
산림청 염상철 사무관은 『임도 부실의 근본적인 원인은 턱없이 낮게 책정된 건설비용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임도 건설비는 일본의 ㎞당 3억여원의 5분의 1에 불과한 6,300만∼7,300만원.
녹색연합의 서재철씨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설계부터 문제입니다. 현장을 소홀히 한 채 지도상에서 노선이 결정될 정도지요. 환경영향평가는 공염불에 지나지 않아 전국의 산을 돌아 보면 흉물스런 임도가 한두군데가 아니에요』 그는 『임도 개설이 특정인의 이권을 보장하는 관광도로 터닦이 작업으로 전락하는 경우도 있다』며 『심지어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역유지의 입김에 따라 노선이 변경되곤 한다』고 덧붙였다.
임도 건설업체의 한 관계자는 『환경영향 평가에서부터 토사유실과 산사태 방지를 위한 마무리 작업까지 빈틈없이 해 내기에는 현재의 시공단가가 너무 낮다』고 말했다. 그는 『내 산에 임도를 낸다면 절대로 그렇게는 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의 탁상행정을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과거의 물량 위주 정책에서 벗어나 임도개설에 따른 산림생태계 파괴를 최소화하는 환경친화적 임도 개설이 시급하다』며 『임도담당 공무원의 재교육이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강조했다.<김성호 기자>김성호>
◎관광지로 둔갑한 자연휴양림/전국 61곳,작년 이용객 297만명/놀이터·체력단련장 등 ‘최소개발’ 벗어난 시설 급증
삼림욕과 환경교육을 겸할 수 있는 자연 휴양림에서 휴가를 보내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현재 전국의 자연 휴양림은 61곳. 89년 경기 가평군 유명산과 강원 명주군 대관령 휴양림 개장을 시작으로 매년 5, 6곳이 새로 만들어 졌다. 이용객들도 해마다 늘어 90년 62만명에 불과하던 것이 지난해에는 297만1,000명으로 5배 가까이 불었다. 자연휴양림은 국·공유림은 물론 사유림에도 조성할 수 있다. 자연휴양림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국·공유림은 100㏊(약 30만평)이상, 사유림은 30㏊(약 9만평)이상이 필요하다. 정부는 사설 휴양림 조성을 원하는 사업자에게 금융지원까지 해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휴양림은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도록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강원대 농지조경학과 박봉우 교수는 『자연휴양림에 본래 취지와 어울리지 않는 시설이 들어서 「최소한의 개발」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휴양림은 자연 그대로의 상태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쉬는 곳인데 시설면에서 관광지와 구분하기 어려운 예가 많다는 것.
놀이터와 체력단련장 등 운동시설이 대표적인 예. 산림법에 따르면 휴양림에는 야영장 산책로 산막 주차장 진입로 등 편의시설과 자연관찰원 등 교육시설외에도 운동시설을 설치할 수 있다.
지역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천편일률적 시설기준도 문제다. 대도시 인근의 휴양림과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휴양림의 시설이 대부분 비슷한 형편이다. 박교수는 『이용객 숫자와 체류 기간을 고려해 내구설계나 건축재료, 디자인 등을 달리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입장객이 자연의 자정능력을 초과해 환경파괴를 야기할 가능성도 있다. 서울과 가까운 유명산이나 대전 장태산 휴양림의 경우 성수기에는 매일 3,000여명이 찾는다. 전문가들은 『휴양림의 시설 확충보다는 인근 산촌에서 이용객을 소화하도록 유기적 연계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교수는 『외국에서는 자연휴양림을 조성할 때 수도꼭지 하나에도 주변 환경과 어울리는 디자인을 적용한다』면서 『이용자들도 현대적인 시설을 원하기보다는 자연과 어울린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이상연 기자>이상연>
◎산림가치는 34조원,1인당 78만원 혜택
「국민 1인당 78만원의 혜택」. 우리나라의 산림자원이 유·무형으로 제공하는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를 측정한 결과이다.
산림청 임업연구원이 산림자원이 창출하는 연간 공익적 가치를 계량화한 결과 산림가치는 국민총생산(GNP)의 10%인 34조6,100억여원(95년 기준)에 이르렀다. 이는 같은해 임업총생산 9,800억원의 35배, 농어업생산 23조700억원의 1.5배에 이르는 규모다. 92년의 산림가치가 27조6,100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할 때 3년동안 연평균 7.8% 늘어난 셈이다.
34조6,100억원이나 되는 산림의 공익적 가치를 기능별로 나눠 보면 물을 저장하는 수원함량 기능 평가액이 9조9,300억원, 전체의 28.7%에 달해 가장 많았다. 우리나라 전체산림의 물 저장 능력은 소양강댐 10개와 맞먹는 197억7,000만톤에 달한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와 각종 대기오염 물질을 흡수하는 한편으로 인간의 생존에 불가결한 산소를 생산, 제공하는 대기정화 기능은 7조2,300억원, 토사유출 방지 기능은 6조4,000억원으로 각각 평가됐다. 울창한 숲에서 토사가 흘러 내리는 양은 민둥산의 206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풍요롭고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휴양기능의 가치도 크다. 산림청 관계자는 『우리나라 국민은 지난 1년간 평균 2.4회 휴양목적으로 산에 갔으며 등산객 1인당 매회 6만8,000여원에 해당하는 혜택을 받았다』고 말했다. 생활수준이 높아지고 환경 및 공해문제가 날로 심각해지는 상황을 감안하면 앞으로 산림의 휴양제공 기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정수기능은 4조1,230억원, 토사붕괴 방지기능은 1조6,630억원, 야생동물 보호기능은 7,790억원으로 각각 평가됐다.<김성호 기자>김성호>
◎전문가 진단/숲다운 숲 가꾸기 녹색시민운동 필요
환경문제가 심각해 지면서 산림에 대한 기대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산림이 중요한 임산물을 생산하는 경제자원일 뿐만 아니라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을 제공하는 환경자원이라는 인식은 우리 국민 사이에서도 높아져 가고 있다.
숲을 새로운 문화자원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늘어 나고 있다. 숲은 사람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고 정서를 순화시키며 예술적 감흥을 불러 일으키는 공간이다.
문제는 산림에 대한 국민의 인식과 기대와는 달리 우리 산림이 경제자원으로서의 기능은 물론, 환경 유지 기능조차 충분히 발휘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심은지 30년이 채 안된 어린 나무들로 구성된 우리 숲의 구조적인 문제가 근본적인 이유이다.
그러나 어찌보면 숲을 대하는 우리들의 마음가짐이 더욱 심각한 문제일 수도 있다. 숲이 가진 다양한 기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해도 어떻게 하면 우리 숲을 숲다운 숲으로 가꿀 수 있을까에 대한 관심은 물론이고 구체적인 실천 노력이 없다. 우리들 앞세대가 공들여 복구한 숲을 거저 누리고 즐기려고 할 뿐이다.
지구상에서 숲을 가장 잘 가꾸는 독일이나 일본 국민이 숲을 대하는 태도는 우리와는 크게 다르다. 2차대전이 끝난 후 독일국민이 숲을 지키기 위해서 쏟은 눈물겨운 정성은 새삼 거론할 필요도 없다. 80년대 산성비 피해로 독일 숲의 절반 이상이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을 때는 온 국민이 나서서 별도의 예산을 확보하고 죽어가는 숲을 소생시켰다.
산림으로부터 다양한 혜택을 거저 누리고 있는 우리 모두가 눈여겨 보아야 할 대목이다. 앞세대가 지난 30여년 동안 힘들여 심고 가꾸어 복구한 숲을 오늘의 우리들이 누리고 있듯 다음 세대를 위해서 더욱 잘 가꿔 나가야 할 책무가 우리에게 있다.
시민의 힘으로 우리숲을 지키려는 「녹색시민운동」이 필요하다. 그런 것이 바로 오늘을 사는 우리들이 다음 세대를 위해 할 수 있는 산림문화 운동이기 때문이다. 먼저 국민들이 동참하는 녹색기금 운동을 제안하고 싶다.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깨끗한 물과 맑은 공기를 제공하는 산림을 잘 가꾸기 위한 상징적인 운동으로 삼자는 것이다.<전영우 국민대 산림자원학과 교수>전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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