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들 ‘몸통실체’ 비켜갔으나 몇가지 정황은 제시국회 한보국정조사특위의 청문회는 구속된 전 은행장들을 상대로 대출과 부도처리과정을 둘러싸고 11일까지 「몸통」의 존재여부에 매달렸다. 손홍균 전 서울은행장 이철수·신광식 전 제일은행장 우찬목 전 조흥은행장 등 4명의 은행장들은 한결같이 「몸통」의 실체에 대해서는 답변을 비켜갔으나 몇가지 정황들을 제시, 희미하게나마 몸통의 일부를 그릴 수 있도록 해주었다.
전직 은행장 청문회의 최대소득은 청와대 재경원 은감원 등 정부당국이 한보의 대출과 부도처리과정의 배후조정 가능성을 직·간접적으로 시사해준 점이다.
대출과정에서는 먼저 이 전행장이 홍인길 전 총무수석의 역할에 대해 진술했다. 이씨는 『95년 12월 정보근 한보회장의 부탁을 받은 홍 전수석이 전화를 통해 한보의 유원건설 인수자금대출여부를 물은 적이 있다』고 밝혀 홍 전수석이 한보의 배후에 있음을 확인했다. 이씨는 또 『한보의 유원건설인수 전에 당시 박석태 상무를 두세차례 청와대에 보내 윤진식 경제비서관에게 인수내용을 보고토록 했다』고 말해 청와대의 개입사실을 시사했다.
신 전행장도 한보부도직전 한보철강에 대한 추가대출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석채 전 경제수석의 입김을 거론했다. 신씨는 『1월8일 제일·산업·외환·조흥은행 등 4개 은행장이 회의를 갖고 정태수 한보 총회장의 주식양도 등을 조건으로 1,334억원 추가대출 결정을 내린 직후 청와대로 가서 이수석을 만났다』고 청와대와의 사전협의 사실을 밝혔다.
한보의 부도과정에도 청와대의 개입이 간접적으로 확인됐다. 신 전행장은 『1월22일 채권은행단회의에서 한보의 주식관계를 언급하면서 더이상 지원이 곤란하다는 합의가 있었다』면서 『또 마침 이 전수석이 정태수씨가 주식경영권을 내놓지 않으면 추가지원이 곤란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고 밝혔다.
한보철강의 부도처리가 은행단의 자율결정이었는지를 묻는 질문에도 신씨는 『한보부도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있었다』고 말해 한보철강의 최종부도처리(1월23일) 이틀전 청와대 재경원 은감원 등 정부관계부처가 대책회의의 결과가 상당한 작용을 했음을 짐작케 했다.
은행장들의 청문회에서는 한동안 비켜나 있던 김현철씨와 관련된 의혹들이 돌출하기도 했다. 「소산(김현철씨)」의 측근으로 알려진 이충범 전 민정비서관이 은행관련 업무를 잘 모르는 가운데 이 전행장 재임당시 제일은행의 법률고문으로 채용된 이후 한보대출이 늘어난 점으로 미루어 「소산」의 개입여부가 의혹으로 대두됐다.
또 김경재 의원(국민회의)은 『김혁규 경남지사의 이종사촌동생이며 「소산」의 해외비자금관리책으로 알려진 재미교포 이우성씨가 제일은행 뉴욕지점에서 은행 600만달러(100억원 상당)를 신용대출로 대출받았다』고 주장했다. (주)심우의 박태중씨가 제일은행계좌로 송금을 했다는 사실과 함께 현지대출관행을 무시한 특혜까지 더해 제일은행이 소산의 해외 자금관리에 관여하지 않았느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었다.<이재열 기자>이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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