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게는 60명까지 거명… 극비보안 불구 온갖 루머/청문회로 불거져 “정치권 공멸 스스로 무덤 팠다”한보철강 부도직후부터 시중에 나돌기 시작한 「정태수리스트」라는 각종 설이 드디어 검찰당국에 의해 공식으로 실체가 드러나 정치권에 파장을 낳고있다. 특정 정치인에 대한 마녀사냥식의 악성루머로 치부되던 여러종류의 괴문서가 하루아침에 정치권의 명운을 좌우하는 살생부로 확인된 것이다.
한보그룹 정태수 총회장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정치인들의 명단이 그동안 10명에서 15명, 20여명, 30여명, 50-60여명에 이르기까지 괴문서가 국회주변에 나돌았었다.
그러나 김기수 검찰총장이 지난 4일 국회 한보국조특위에 출석, 「정태수 리스트」의 존재를 처음으로 공식확인한데 이어 검찰이 10일 「정태수리스트」에 올라있는 정치인 33명에 대한 소환조사방침을 발표함으로써 정치권을 경악과 긴장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각종 괴문서가 검찰의 수사기록 등을 근거로 작성되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이미 검찰에 구속된 홍인길 정재철 권노갑 의원과 김우석 전 내무장관 등도 국회주변에 나돌았던 「정태수리스트」괴문서에 거론됐던 사람들이다.
검찰은 한보사건 수사초기, 한보그룹 본사의 압수수색을 통해 정치권 로비명단으로 보이는 문건을 입수했으며 이것이 「정태수 리스트」의 단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서에 적힌 정치인 등 각계각층의 고위인사 명단에는 다양한 형태의 기호가 표시됐었다는 것이 수사관계자들의 얘기이다. 검찰은 이 표시가 로비금액을 지급한 표시로 감지하고 정씨를 상대로 자금지원 규모를 파악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뇌물의 성격상 당사자들이 진술하지않는 한 실체 규명이 불가능하기때문에 이 문서를 근거로 정씨를 압박했다고 한다.
수사검사들이 본격적으로 정씨를 추궁하자 정씨는 수십명의 정치인 명단을 거명해 마침내 「정태수 리스트」가 완성됐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리스트를 작성하면서 5백만원 또는 1천만원 정도의 돈을 받은 정치인들은 포함시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은 당초 이 리스트가 정치권에 미칠 엄청난 파장을 우려한데다 상당수 정치인들의 경우 대가성을 입증하기가 쉽지않아 극비보안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당국은 지난 2월 한보 1차수사때 정씨가 진술한 정치자금수수 정치인들의 명단을 파악한뒤 공개여부에 대해 다각도로 고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과 검찰의 소식통들은 『누구도 정치권 전체의 공멸을 원하지 않았으나 정치인들 스스로가 무덤을 팠다』며 정태수리스트 조기 공개가 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져나온 불가피한 결과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여야 중진 다수가 포함된 33명 리스트의 실체가 확인되면서 또 다른 「정태수 리스트」의 존재여부가 또다른 관심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국민 여론의 흐름에 따라 정치권 외에 관계인사 등이 포함된 새로운 「정태수리스트」가 공개될 것이란 관측이 무성하다.
리스트에는 관계인사가 단 한명도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장·차관 및 청와대 비서진 등 관료들에 대한 로비명단은 정씨가 별도로 작성해 관리해온 것으로 추정된다.<김광덕 기자>김광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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