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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의식 아쉬운 「특위 사퇴」(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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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의식 아쉬운 「특위 사퇴」(사설)

입력
1997.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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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한보특위의 신한국당소속 두 위원이 위원직 사퇴의사를 표명해 파문이 일고 있다. 그동안 탈도 많고 말도 많았던 특위가 우여곡절끝에 증인들을 상대로 「비리」의 실체를 추궁중에 일어난 이번 사태는 그래서 예사롭게 보아 넘길 사안이 아닌 것 같다. 특히 이 사퇴소동의 장본인들이 집권당소속이라는 점에서, 또 그들의 사퇴이유가 석연치 않다는 점에서 의혹은 눈덩이처럼 부풀어질 소지마저 있다.우선 이들이 내세우는 사퇴이유를 보면 한심한 생각마저 든다. 한 위원은 지도부의 미온적 태도를 탓했다고 한다. 그는 지도부가 자신이 속한 계파의원들이 대거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이번 사태를 『즐기고 있다』고 분노를 표시했다고 한다. 또다른 위원은 「일신상의 이유」라는 짤막한 사유와 함께 사퇴서를 특위위원장에게 제출했다고 한다.

신한국당이 이들 두 의원의 위원직 사퇴를 만류하고 있어 사퇴가 관철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번 사퇴파동을 보면서 두 의원의 공인답지 않은 경솔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이 내세운 사퇴이유가 과연 공복으로서의 자세에 합당한가를 우선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주지하는바와 같이 한보특위는 한보라는 한 부패한 기업집단이 부패한 정치권력과 결탁해 벌인 총체적 정경유착비리를 파헤치는 임무를 부여받고 있다. 검찰의 중간수사결과가 지탄의 대상이 되고 난 후 국민적 요구로 국회가 나선데 대해 특위위원들은 큰 사명감으로 이에 보답해야 할 줄 안다. 6조원 가까운 은행돈을 빼내 흥청망청함으로써 국민경제를 도탄에 빠지게 한 파렴치한 범죄행위가 바로 한보사태의 실체인 것이다. 급기야는 국정을 표류케 한 가증스런 범죄행위에 대해 국회는 주저없이 이 국민적 의혹을 푸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위는 시작부터 잡음을 냈다. 급기야는 석연찮은 이유로 이들 일부 위원이 사퇴의사를 표명하기에 이른 작금의 사태를 우리는 유감스럽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계파의원의 불이익을 지도부가 엄호해 주지 않았다고 사퇴의사를 표시했다는 얘기는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 특위가 여당의 특정계파이익을 지키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 「음모론」을 내세워 검찰의 소환에 주저하는 자세도 대의에 어긋나는 일이다. 자신이 떳떳하다면 오히려 검찰에 수사를 요청해서 허물을 벗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일신상 이유」라는 사퇴이유도 설득력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국민적 요구로 열린 조사특위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만부득이한 개인적 사유로 사퇴가 불가피할 경우라면 명확한 이유를 밝히는 것이 선량된 도리라고 본다. 엄숙하게 부하된 사명임을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한다. 특위가 아무나 들어가고 또 마음대로 나올 수 있는 그런 기구가 되어서는 안되겠다. 거듭 한보특위의 분발을 당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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