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이 대표 인척기업 지원설’ 싸고 고성『(외압은) 없다』 『기억나지 않는다』 『모른다』
11일의 한보국조특위 청문회도 이 세마디 말로 점철됐다. 특히 첫번째 증인으로 나온 신광식 전 제일은행장은 자신이 직접 결재한 사실조차도 부인해 의원들로부터 원색적인 비난을 자초했다. 신씨는 또 이규정(민주) 의원이 『제일은행 임직원들에게 할 말이 없느냐』고 묻자 『행원들에게 정말 죄송스럽다』면서 눈물을 흘려 잠시 특위위원들의 신문이 중단됐다.
의원들은 이날 초반부터 자극적인 언사를 동원, 증인들을 거칠게 몰아세웠다.
○…이날 상·하오에 증인으로 나선 신씨는 신문의 요체인 대출외압의 실체에 대해 『전혀 없었다』는 답변으로 일관, 의원들의 화를 돋우었다. 의원들이 추가로 뇌물을 받았을 가능성을 의심하자 신씨는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느냐』며 반발하기도 했다. 그는 또 자신의 전무재직시 대출문제에 대해 『그것은 내 직무가 아니었다』며 「면피」에 급급했다. 이에비해 이씨는 한보로부터 4억원의 뇌물을 받은데 대해서는 『뭐라 할 말이 없다』며 고개를 조아렸다. 그러나 뇌물의 용도를 놓고 처음에는 『은행장업무와 관련된 부분에 썼다』고 강변하다 이규정 의원이 「딸 혼수비용으로 썼다」는 검찰수사기록을 제시하자 뒤늦게 『조금 썼다』고 시인하기도 했다.
○…이날 의원들은 청문회무용론 등 특위에 쏟아지는 비판여론에 자극받은 듯, 초반부터 강공책을 구사했으나 무위였다. 의원들은 이날 증인의 자존심을 말초적으로 자극하거나 위증고발로 으름장을 놓으며 원하는 답변을 끌어내려 했다.
『도대체 은행생활을 한지 몇 년이나 되느냐』(이상만 자민련의원) 『사장때뿐 아니라 전무때도 많은 뇌물을 받은 것 아닌가』(〃) 『사실을 모른다고 대답해도 위증이 된다는 것을 경고한다』(이국헌 신한국당의원)는 등 여러 수단이 동원됐으나 소득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박주천(신한국당) 의원은 질문을 시작하면서 『어떻게 증인석에 나오는 사람들은 경상도 말씨만 쓰느냐』고 쏘아댔다가 자진해서 속기록삭제를 요구하는 해프닝도 빚어졌다.
○…여야는 하오들어 『한보철강과 제일은행으로부터 지원을 받아온 삼원정밀금속 사장이 신한국당 대표와 인척관계』라는 국민회의 김민석 의원의 지난 9일 발언을 둘러싸고 고함을 주고받다 정회소동까지 빚었다. 신한국당 이사철 김학원 의원은 『이대표 관련발언은 전혀 근거가 없는 허위사실』이라며 김의원의 공개사과와 속기록 삭제를 요구했다. 이에 김의원은 『대표의 실명을 거론한 적이 없다』며 『여당측이 저의 운운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맞받았다. 여야가 계속 고성을 지르며 맞서자 현경대 위원장은 『김의원에게 내일 아침까지 시간을 주자』며 양측의 격앙된 분위기를 일단 가라앉혔다.<김광덕 기자>김광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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