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대하는 풍토·열악한 시장 등 불만정부가 벤처기업 육성을 새로운 정책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가운데 기술력 있고 전도유망한 중소 소프트웨어개발업체들이 앞다투어 해외로 나가고 있다. 단순한 제품수출의 차원을 넘어 해외 현지에 지사를 설립, 연구·개발인력을 대거 파견하는 등 해외생산체제 구축에 나서는 업체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최근들어 외국에 현지법인이나 지사를 설립한 소프트웨어업체는 핸디소프트 새롬기술 버추얼아이오시스템 장미디어인터랙티브 등 10여개사. 이들 기술집약형 벤처기업들이 해외무대로 나가는 것은 「국산소프트웨어의 세계화」라는 측면에서 반길만한 현상이지만, 자세한 내막을 들여다보면 그럴 일만도 아니다.
해외진출을 서두르는 소프트웨어업체들은 한결같이 『한국이 싫어 마지못해 「탈출」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선 소프트웨어를 홀대하는 사회풍토부터가 싫고, 개발능력은 세계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수준인데 국내시장 상황이 그것을 수용하기 힘들만큼 열악하고 낙후돼있어 불만이라는 것이다.
중견 통신소프트웨어전문업체인 새롬기술(대표 오상수)은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 지사를 설립한데 이어 5∼6월께 국내 핵심연구진 7명가량을 현지에 파견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최근 2년여의 연구끝에 첨단화상통신 소프트웨어 「보이스맨프로」를 개발, 시판에 나섰지만 무리할 정도로 가격후려치기를 요구하는 대기업들에 그만 두손을 들고 말았다. 계약을 추진중이던 어느 대기업은 품질면에서 한단계 떨어지는 수입제품을 몇배나 되는 값에 구입, 잔뜩 신경을 거스르기도 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사회 전반적으로 「소프트웨어는 공짜」라는 심리가 팽배해 있는데다 대기업들조차 국산 소프트웨어를 업신여기기 일쑤』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업체들은 소프트웨어를 정당한 「상품」으로 인정하지 않는 풍토에 대해 무엇보다 큰 불만이다. 개인용 소프트웨어는 개발되기가 무섭게 불법복제물이 판을 치고, 그룹웨어 등 덩치가 큰 기업용 소프트웨어는 국내여건상 사려는 기업도 얼마 안되지만, 그나마 제값을 주고 사려는 기업을 만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인트라넷 소프트웨어 「인트라웍스」를 개발한 인트라넷 전문업체 버추얼아이오시스템(대표 서지현)은 2월 미국 시애틀에 현지법인을 세우고 「인트라웍스」의 현지판촉을 본격화하고 있다. 서사장은 『국내기업들은 소프트웨어 하나를 구입하면 다른 소프트웨어 몇개를 덤으로 요구하는 것은 기본이고, 회사상황에 맞게 소프트웨어를 고쳐줄 경우 당연히 지불해야 하는 용역비도 생략하는 등 횡포가 심하다』고 불평했다. 올해초 일본에 현지법인을 세운데 이어 미국에도 지사설립을 추진중인 그룹웨어전문업체 핸디소프트(대표 안영경)도 대기업들의 시장참여로 그룹웨어에 대한 덤핑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해외쪽으로 눈을 돌리게 됐다고 밝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소프트웨어업계의 공동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4월중 인도에 현지사무소를 개설할 예정인 인트라넷전문업체 장미디어인터랙티브(대표 장민근)의 한 관계자는 『어느 소프트웨어업체든 여건만 되면 외국으로 빠져나가고 싶은 심정일 것』이라며 『국내 소프트웨어산업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서라도 기술력이 뛰어난 업체들이 국내에서 계속 성장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변형섭 기자>변형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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