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설득력없는 해명(지평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설득력없는 해명(지평선)

입력
1997.04.11 00:00
0 0

정치인의 말은 어디까지를 진실로 받아들여야 할까. 좀 심하면 정치인은 「누구 누구」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말을 빼고는 모두 거짓말이라고 혹평받는 경우까지 있다. 특히 자신의 신상과 관련되는 해명을 할 경우, 일반사람들은 종잡을 수가 없을 정도의 혼란스러움을 겪는 때도 종종 있다. 명색이 현역 국회의원이라는 사람이 하는 말을 깡그리 무시할 수도 없고, 그렇다면 과연 어디까지를 믿어야 할지 당혹스럽기까지 한 것이다.최근 한보비리에 관련된 것으로 소문난 몇몇 의원들의 신상해명은 우리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한다. 『날조된 거짓말이며, 일고의 가치도 없다』거나 『특정세력을 거세하기 위한 정치적인 음모의 색채가 짙다』는 등 이구동성으로 자신의 결백을 누누이 강조하고 있다. 하나같이 모두 억울한 「피해자」일 뿐이다. 정태수씨와는 일면식도 없거나, 한푼의 돈도 받은 사실이 없는 「무고한」 사람뿐이다. 과연 그럴까. 검찰이 곧 「정태수 리스트」에 오른 30여명의 의원들을 소환, 수사할 방침이라고 하니 조만간 옥석이 구분되리라 본다.

이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는 부도덕한 기업인인 정씨가 이들을 무고한 셈이 된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은 그렇게 믿지 않고 있다. 언제나 검찰에 들어갈 때는 마치 자신이 정치적 탄압의 속죄양인 양, 혹은 검찰의 일시 오해로 소환된 것처럼 가장한다. 또 적어도 외양으로는 곧 해명이 받아들여져 떳떳하게 나올 수 있을 것을 자신하며 들어간다. 수사가 끝나고 검찰직원의 「부축」을 받으며 검찰청사를 떠나 구치감으로 향할 때면 비로소 「면목이 없다」며 고개를 축 늘어뜨리는 모습을 그간 우리는 숱하게 보아왔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닐 성싶다. 「정태수 리스트」를 「날조」라며 해명에 급급했던 해당 의원들 가운데 단 한사람의 야당의원(정한용)을 빼놓고는 어느 누구도 1차적인 자신의 구제조치인 언론중재위에 정정보도요청을 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10일 밝혀졌기 때문이다. 정의원만이 「현재 검찰이 사실관계를 조사중」이라는 이유로 정정보도 대신 반론권을 요청하고 있을 뿐이다.<논설위원실에서>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