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살때 TV에서 복권이 당첨된 사람들이 출연한 토크쇼를 본 적이 있다. 두번 이상 당첨된 사람들만 나왔는데 사회자가 네번 당첨되었다는 한 할머니에게 『복권 당첨으로 행복해지셨느냐』는 질문을 했다. 그런데 할머니는 전혀 아니라고 했다. 『그럼 불행해지셨느냐』는 질문에 또다시 아니라고 대답했다.이 할머니는 처음에 조그만 가게를 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복권이 당첨되자 남편이 일도 안하고 놀고 먹을 궁리만 해서 결국 가게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이혼을 했다. 당첨금도 다 써버린 후 두번째 남편을 만나 결혼을 했는데 얼마후 또다시 당첨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돈으로 남편에게 비싼 스포츠카를 사주었는데 남편은 그 차를 타고 가다가 사고로 죽었다. 세번째 결혼은 세번째 복권이 당첨되고 나서 했는데 이 남편은 돈만 보고 결혼을 했는지 술과 도박에만 빠져서 결국 이혼했다고 했다. 지금 남편과 결혼한 것은 네번째 당첨금을 거의 다 써버리고 나서라는데 그 이유는 『돈이 많을때 나를 사랑한다는 사람은 믿을 수가 없어서』라고 말했다.
당첨금 총액은 100만파운드가 넘는 큰 돈인데 집도 없다고 했다. 없는 것은 집뿐만이 아니었다. 친구와 친척들이 당첨때마다 뭔가를 기대해 아무리 잘해줘도 당연하게 생각하는데다가 모두들 『그렇게 큰 돈을 탔는데 나한테는 요만큼 밖에 안쓰는구나』하고 섭섭해하는 바람에 다 멀어졌다는 것이다. 문득 몇년전에 본 이 TV프로그램 생각이 난 이유는 요즘 복권이 유난히 잘 팔린다는 얘기 때문만은 아니다. 초고속 성장으로 갑자기 커져버린 우리 경제나 그 와중에서 이렇게 저렇게 부자가 된 사람들이 복권으로 큰 돈이 생겨 어쩔줄 모르는 사람들과 다를게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복권을 사는 사람들은 당첨후의 생각은 안하기 마련이다. 돈이 많아지면 생활도 달라지고 따라서 생각도 달라져야 한다. 「노력없이 생긴 돈은 재앙의 시작」이라며 복권 당첨금을 안찾겠다던 한 영국 할머니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복권을 사기전에 당첨후를 먼저 걱정해보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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