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동안 TV로 생중계된 국회한보청문회를 지켜본 대다수 국민들은 지금 이런 식의 청문회를 과연 계속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깊은 회의에 빠져있다. 증인으로 나온 정태수씨 등의 「모른다」 「기억 안난다」 「재판중이므로 말할 수 없다」는 무성의한 답변과 의원들의 판에 박은 신문태도에 분통을 터뜨렸을 것이다.한마디로 청문회방식의 국정조사제도의 형식주의와 맹점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청문회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부수적인 제도가 확립돼야 함에도 우리는 청문회제도라는 장치만을 달랑 모방함으로써 여러 허점이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회에서 청문회제도가 정착된 데는 충분한 사전준비와 함께 의원외에 특별조사관들도 신문에 참여, 증언거부나 불성실한 증언을 방지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우선 청문회를 할 경우 3∼6개월간 사전준비에 들어간다. 73년 워터게이트사건과 87년 이란 콘트라사건 청문회때 4∼5개월동안 100여명의 전문가 및 요원들이 수백명을 면접,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청문회에 들어갔다. 다음 증언거부 등을 막기 위해 진실답변때 면소하는 제한적인 면책특권을 부여하며 위증때는 가차없이 고발하여 사회적으로 매장시키고 마는 것이다.
이번 한보 케이스에서 보듯 청문회가 부실투성이가 된 것은 국회특위가 힘겹게 조사계획서를 완성한 후 불과 7일전에 증인에게 소환장을 발송, 의원과 증인 모두 준비가 전무한데다 의원들간에 한건 하려는 스타의식 때문이었다. 다음 국정감사조사법 13조에 취급할 의안과 관련있는 의원을 특위에서 제외하지 못해 여러 의원이 눈총을 받으며 자신 또는 동료의원들의 허물을 벗기기에 급급했고, 또 의원 각자마다 이것저것 다 묻는 「책임량과시」의 중복질문 역시 생산적 운영을 저해하는 예가 된다. 특히 증인의 불성실, 무책임한 답변에 진술유도장치나 응징, 처벌법규가 없는 것도 맹점들이다.
현행법테두리내서 국정조사제도의 운영개선방안으로는 우선 의원들이 스타의식을 지양, 저마다 중구난방식, 나열식질문보다 정당별로 한 증인에 대해 분야를 나누는 팀워크플레이가 시급하다. 또 국정조사법 6조에 의거, 계리사 공인회계사 세무사 등 전문가들을 고용하여 도움을 받아야 하며 의구심을 받는 의원들은 특위에서 교체해야 한다. 아울러 진실증언을 유도하기 위해 비공개증언도 고려하는 한편 위증혐의가 있는 증인들은 그때그때 고발해야 한다.
오늘부터 18일간 37명을 신문해야 하는 국회특위는 따갑고 부정적인 여론을 감안, 운영방식을 오직 한보비리캐기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일신할 필요가 있다. 우리 국회는 아무런 부수적 장치없이도 전쟁중인 2대 국회때 여야가 혼연일체가 되어 국민방위군사건, 거창양민학살사건 등 41차례의 국정조사를 펼친 빛나는 전통을 갖고 있다. 여야와 특위의원들은 국익차원에서 비상한 각오로 분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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