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 시비·정파대변 논쟁도 문제국회 국정조사특위의 청문회가 초반전을 치르기가 무섭게 벌써부터 문제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지난 7일부터 3일간 열린 구치소청문회 결과 증인들은 불성실하고 무책임한 답변으로 일관했고 의원들은 본질에서 벗어난 질문과 중복질문을 거듭했다.
지금까지 한보 대출비리의 핵심 당사자들이 4명이나 증언대에 섰지만 외압의 실체나 비자금의 규모, 용처 등에 대해 새롭게 밝혀진 내용은 거의 없다. 이때문에 이런식의 청문회는 해봐야 소용이 없다는 「청문회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증인들의 답변이나 태도에는 진정한 참회와 반성의 빛이 전혀 없었다.
이번 사태의 모든 열쇠를 쥐고 있는 정태수 한보총회장의 경우 알맹이 있는 답변은 하나도 없이 중요 대목에 이르러서는 『모른다』 『기억이 안난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그는 외압의 실체에 대해서는 철저히 부인한 채 『은행대출은 한보의 사업성, 사업주, 담보가치 때문』이라며 『막판에 산업은행에서 3,000억원만 지원했으면 부도를 막을 수 있었다』고 억지를 부렸다. 한술 더 떠서 그는 『내가 바로 몸체』 『주인은 난데 머슴들이 뭘아나』 『홍인길 전 청와대총무수석을 하늘같이 여겼다』등의 능청까지 떨면서 특위위원들은 물론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을 조롱하다시피 했다. 김종국 전 한보재정본부장이나 이철수 전 제일은행장의 경우도 대출압력이나 한보 비자금의 실체 등에 대해 발뺌과 부인으로 일관했다.
정총회장과 김 전본부장은 이른바 「정태수리스트」에 대해 『지금 재판중이라 말 할 수 없다』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애매한 답변으로 의혹만 부풀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의원들의 경우 나름대로 열의를 보이긴 했지만 신문 준비가 턱없이 부족하고 신문방식도 미숙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상당수 의원들이 제시한다는 자료라는게 고작해야 신문 복사본이었고 일부 의원들은 보란듯이 이를 TV카메라 앞에 흔들어대기도 했다. 결정적인 증거자료도 없이 무조건 『외압이 있었음을 자백하라』는 식이 대부분이었다. 한 의원은 정씨를 상대로 한보의 전기료에 관해 추궁하다 정씨로부터 『제대로 알기나 알고 물어보라』는 「핀잔」을 듣기까지 했다.
여야의원들은 오히려 정파이익과 당리당략을 의식, 청문회의 많은 시간을 정태수리스트와 특위위원 자격시비 논쟁에 허비했다.
청문회가 아직은 초반이고 일정한 수사권도 없는데다 5공청문회와 달리 현정권에 대한 의혹을 규명해야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지만 이런식으로는 내실있는 청문회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홍윤오 기자>홍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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