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촉 피한채 온종일 긴박/“내가 돈주면 죄” 정태수씨 발언 중시9일 「정태수리스트」 정치인 수사방침을 전격 발표함으로써 한보비리수사의 안전핀을 스스로 뽑아버린 검찰은 하룻만인 10일 하오 구체적인 정치인 소환수사 계획을 밝힘으로써 전례없이 발빠른 행보를 보였다.
대검 수뇌부와 수사팀은 이날 기자들과의 접촉을 극히 제한한 채 잇따라 회의를 열고 소환자료를 검토하는 등 하루종일 긴박한 움직임을 보였다.
○…심재륜 중수부장은 이날 하오 6시30분께 수사브리핑을 통해 구체적인 소환수사 대상자와 일정을 공개하면서 투명한 수사와 결연한 수사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심중수부장은 『소환수사 대상인원을 미리 밝히는 것은 검찰수사에서 유례가 없는 것으로 선별수사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러나 명단을 미리 알려주지 못하는 이유 역시 증거인멸 등을 방지키위한 수사의지로 이해해 달라』고 주문했다.
심중수부장은 또 『사전 담합의 인상을 줄까 우려해 정태수 한보그룹총회장을 청문회전에는 조사하지 않았으나 청문회가 끝난 직후 곧바로 본격수사를 위한 보강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혀 이들에 대한 청문회 진행중에 이미 정치인 소환수사방침이 결정됐음을 시사했다.
○…최명선 대검차장, 심중수부장, 김상희 수사기획관, 박상길 중수1과장 등은 이날 출근하자마자 김기수 검찰총장실에 모여 장시간 회의를 계속, 전날에 이어 이날 또다시 의미있는 발표가 있을 것임을 예고했다.
특히 평소 늘 미소를 띠던 심중수부장은 점심때 쯤 회의를 마치고 나오면서 기자들의 질문을 애써 외면, 회의분위기가 심각했음을 나타냈다. 심중수부장을 비롯한 수사 실무팀은 이후에도 내내 회의를 거듭, 정치인들의 소환일정과 수사계획 등을 최종 정리했다.
○…검찰은 정총회장의 청문회 발언중에서 『(내가) 정치인에게 돈을 주면 모두 죄가 되므로 (돈을 준) 내용을 상세히 밝힐 수 없다』고 한 대목을 주목하고 있다.
한 수사관계자는 『정씨의 발언내용이 구체적인 청탁의 대가로 돈을 주었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단지 돈을 준 행위자체를 떳떳지 못한 것으로 인식한 단순 발언인지 그 진의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면서 『만약 전자에 해당하는 경우 정치권수사 방향과 사법처리 수준이 완전히 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9일의 「정태수리스트」 정치인 수사방침과 10일의 정치인 소환수사 계획 발표는 모두 심중수부장의 평소 스타일대로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 심중수부장은 정태수씨 일가 재산몰수 및 정보근 한보그룹회장 구속발표 때도 불시에 기자 간담회를 자청, 발표한바 있어 「수사에서건 언론관계에서건 허를 찌르는 게 주특기」라는 주변의 평을 새삼 확인시켰다.
○…한편 이훈규 중수3과장은 미국으로 발송되는 (주)심우 대표 박태중씨 매제 방모씨의 이삿짐 압수수색에 대해 『인부 15명을 동원, 액자까지 뜯어보는 등 샅샅이 조사했으나 아무 것도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부장검사는 검색의 적법성을 묻는 질문에 『세관검사에 중수부 직원 2명이 입회한 형식이어서 압수수색영장이 굳이 필요치 않았다』고 해명했다.<현상엽 기자>현상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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