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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 ‘노트르담의 꼽추’(무용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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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 ‘노트르담의 꼽추’(무용평)

입력
1997.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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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잡힌 기량 과시한 무대발레 「노트르담의 꼽추」는 빅토르 위고의 소설을 각색한 작품이다. 집시소녀 에스메랄다와 세 남자가 얽힌 사랑이야기이지만 발레에서는 아무래도 성당의 종치기인 꼽추 콰지모도가 극적인 장면을 주도하는 사실상의 주역이다. 83년경 미국에서 공연된 프랑스버전 「노트르담 드 파리」에 대한 인상만 하더라도 에스메랄다는 기억에 없고 콰지모도의 눈빛만 떠오른다. 누리예프의 우수에 찬 표정은 작품 자체에서 스스로 만들어지는 느낌이었다. 그처럼 강하게 호소하는 듯한 그래서 작품과 현실을 혼동할 정도로 공감했던 순간은 다시 없을 것 같다.

국립발레단의 안무(3월21∼26일 국립극장)를 맡은 이시다 다네오는 콰지모도라는 인물보다는 콰지모도가 보여준 강한 열정을 시각적으로 표출해 내는데 주력했다. 안무자에게는 교수형에 처해진 에스메랄다의 시신을 찾아가 그녀를 포옹한 채 숨진 콰지모도의 영상이 자리잡고 있고 바로 이것을 표현하려 했다고 한다. 1막은 소설의 내용을 전개하는데 할애했고 2막은 안무자의 끓어오르는 정열을 표출하는데 주력했다. 당연히 작품의 비중은 후반에 있었고 대단원의 열기에서 보이는 80세 예술가의 혼은 대단해 보였다.

특별히 이번 공연을 위해 내한한 발레리나 강수진의 에스메랄다 역할도 후반부에서 부각되는데 죽음 직전의 장면들에서부터는 드라마발레에 익숙한 그녀의 개성을 발휘한 무대였다. 상대적으로 1막에서는 등장인물의 성격이 충분히 묘사되지 못한 상태였고 기교의 난이도에서도 다른 발레에 미치지 못한다는 인상때문에 강수진의 내한이 무의미한 것이 아닌가하는 조바심마저 생긴 것도 사실이다.

현대적인 감각을 추구한 군무의 동작구성이 의외로 고전적인 대칭기법이나 반복기법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점과 각 장면마다의 개성적인 의상이 전체적인 통일성에는 걸림돌이라는 점이 특별히 눈에 띄었다.

반면 사형장에 끌려가는 에스메랄다와 생모의 만남, 철골 구조물인 무대세트를 통해 보이는 천상의 모습들, 부주교 프롤로에 대한 콰지모도의 분노와 살해는 극적으로 강한 연계성을 지속하고 있어 웅장한 마무리로 손색이 없다. 국립발레단의 군무진은 몇년간의 과도기에서 벗어나 고른 기량을 과시했고 프롤로 역의 강준하와 생모 아그네스 역으로 찬조출연한 김순정이 연기력 면에서 균형을 잡았다.<문애령 무용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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