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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계 뒷전으로 밀려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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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계 뒷전으로 밀려나나

입력
1997.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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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우·김덕룡 리스트 휩쓸려 경선구도 “파란”/이수성·이홍구·박찬종 고문 「대안론」 힘실려정태수 한보그룹 총회장이 7일 「리스트」를 시인한 데 이어 전 재정본부장인 김종국씨도 8일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말로 이를 뒷받침했다. 더욱이 김씨는 김덕룡 의원 등 세 중진 외에도 다수의 정치인을 간접화법으로 리스트에 포함시켰다. 이는 파장의 확산을 의미하며 자칫 정치판을 대변혁의 소용돌이로 몰아갈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촉발시켰다.

김씨가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정태수 리스트」는 의외로 많은 의원들을 포함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 경우 법적 책임은 논외로 하더라도, 이를 부인한 정치인들의 도덕적 책임이 심각하게 제기될 게 분명하다. 따라서 「정태수 리스트」는 작게는 연루의원 개개인의 정치적 행로에, 크게는 정치판의 기존구도에 엄청난 충격을 던질 것으로 보인다.

그중에서도 신한국당의 역학구도는 심대한 변화를 맞게 될 전망이다. 민주계의 중심축이 무너질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김덕룡 의원이 리스트에 오르내린데 이어 와병중인 최형우 고문마저 휘말렸다. 당사자들은 『가증스러운 음모』라고 반박하고 있으나, 이들이 거론되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민주계는 휘청거리고 있다.

이들의 정치적 타격은 민주계 전체의 기세를 위축시키고 결국 당내 경선구도의 변화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물론 외형상 민주계는 불굴의 전의를 다지고 있다. 김의원은 『위기는 기회일 수도 있다. 대반전의 힘을 보여줄 것』이라고 결의를 다지고 있다. 그러나 민주계의 「환후」는 한순간에 치유되기에는 너무 깊다. 한보사태가 실정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현 정권의 주축인 민주계가 포괄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데다 중진들의 자금수수설은 도덕적 책임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때문에 사실 여부를 떠나, 「정태수 리스트」는 민주계를 정권창출 드라마에서 주연이 아닌 조연으로 밀어내고 있는 형국이다.

민주계가 조연을 맡는다면, 이는 영입파 등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대안론의 모색을 의미한다. 민주계가 최대 계보라는 사실을 고려할 때 이들이 대안론으로 기운다면, 경선 전체의 흐름은 뒤바뀔 수 있다. 붕괴의 위기의식이 민주계를 더욱 결속시킬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민주계의 추락이 역설적으로 현재 판세를 뒤짚는 이변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금 정서로 보면 민주계가 이회창 대표를 밀기는 어렵게 돼있다. 최고문이나 김의원의 자금수수설이 제기됐을 때, 민주계 일부가 『우리가 무너지면 득 볼 사람이 누구냐』고 분통을 터뜨린 사실에서도 이대표에 대한 감정적 거리감이 나타나고 있다. 민주계가 정서적 측면을 중시한다면, 그 대안으로는 이수성 이홍구 박찬종 고문이 유력하게 부각된다.

그러나 민주계 일부에서는 『대세를 잡는 주자를 밀어 지분을 챙겨야 한다』는 논리를 제기하기도 한다. 이 논리의 저변에는 이회창 대표를 지지하자는 행간의 의미가 함축돼 있다. 이대표측이 소리없이 공들이고 있는 대목도 바로 민주계 일각의 「이회창 대안론」이다.

하지만 대안론은 아직까지는 그야말로 대안에 머물고 있다. 김덕룡 의원은 결백을 주장하며 단일후보론을 결사적으로 고수하고 있고 이에 동조하는 세력도 엄존하고 있다. 김의원이 끝까지 지금의 자세를 견지한다면, 상황은 훨씬 복잡해진다. 대안론으로 기울고 있는 듯한 부산 민주계와 김의원의 세력이 분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당내 경선구도는 주자들간의 합종연횡으로 더더욱 얽히고 설킬 전망이다.<이영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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