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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가 뭐길래/이백만 경제부 차장(앞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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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가 뭐길래/이백만 경제부 차장(앞과 뒤)

입력
1997.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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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고건 총리가 과연 규제완화다운 규제완화를 할 수 있을까. 정권초기 「권력의 칼」이 시퍼럴 때도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임기가 몇개월 남지 않은 상황에서 1만1,000개의 행정규제를 없애겠다니…』고건 총리의 취임일성은 「규제혁파」다. 고총리는 지난달 4일 임명장을 받자 마자 1만1,000개의 행정규제를 혁파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완화」라는 말이 성에 차지 않았는지 「혁파」라는 표현을 썼다.

행정규제완화는 문민정부가 출범초부터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개혁과제다. 4년동안의 규제완화실적이 5,700여건에 달한다. 그런데도 기업들과 일반국민은 규제완화가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고 아우성이다.

규제가 뭐길래 규제완화가 이토록 어려운가. 공무원들에게 있어 행정규제는 「끗발」을 의미한다. 공무원들은 규제를 먹고 살아 왔다. 규제는 달콤하다. 규제속에 떡값과 뇌물과 향응이 있고 노후보장이 있다. 철밥통이다. 규제가 없어지면 이 기득권이 사라진다. 1만1,000개의 규제혁파는 곧 1만1,000여개의 끗발제거를 의미한다. 담당 공무원들로서는 기가 찰 노릇이다. 결사적으로 저항할 수 밖에 없다.

인허가사항이 신고제로 바뀌었다 하여 규제가 완화됐다고 판단하는 사람은 큰 코 다칠 수 있다. 신고제의 경우 소정의 요건을 갖추어 당국에 신고만 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담당공무원들은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신고서를 접수하지 않는다. 민원인으로서는 「기름」을 칠해야 일이 된다. 그동안의 규제완화정책이 실효성을 얻지 못한 것도 바로 이런 메커니즘 때문이다.

「행정 9단」인 고총리가 이런 사정을 모를리 없을텐데, 과연 어떤 수로 1만1,000개의 규제를 혁파할지 궁금하다. 혹시 권위주의시절 건수주의 전시행정의 향수에 젖어 있지 않은지 걱정된다. 지금은 말뿐인 1만1,000개보다는 제대로된 하나가 더 중요하다. 「호랑이」를 어설프게 그리려 하기보다는 「고양이」라도 야무지게 그려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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