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제시 못한채 윽박지르거나 동료치부가리기 안간힘 “꼴불견”8일 국회 한보특위의 청문회는 국정조사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방향감을 상실했다는 비판을 사기에 충분했다. 특위위원들이 한보사태 진실규명보다는 「정태수리스트」에 포함된 것으로 드러난 동료의원들의 치부를 가리는데 안간힘을 썼기 때문이다.
김종국 전 한보재정본부장은 추궁받을 때마다 애매모호한 태도로 일관하거나 답변을 거부해 『그 주인(정태수 한보총회장)에 그 머슴』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그런가하면 이날 청문회도 전날에 이어 의원들의 청문회 준비가 부실했음을 여실히 확인시켜줬다. 신문의 근거로 등장한 것이 대부분 언론보도 등 이미 공개된 사실들뿐이었던 게 대표적인 예이다.
의원들은 증인들을 꼼짝없이 옭아맬 수 있는 새로운 증거자료를 전혀 제시하지 못해 증인들의 반박을 당하기 일쑤였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과연 청문회가 효용성이 있는 것이냐』는 근본적인 물음까지 나오고 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초반부터 「정태수리스트」가 관심의 초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됐었고 이는 적중했다. 그러나 증인으로 나선 김씨가 직설적이진 않았지만 너무 일찌감치 「보따리」를 풀어놓은게 화근이었다.
김씨는 두번째 신문에 나선 이인구(자민련) 의원이 신한국당 김덕룡 국민회의 김상현 자민련 김용환 의원의 리스트포함여부를 묻자 『확인하지 못하겠다』며 이를 사실상 인정했다. 이어 이사철(신한국당) 의원이 신한국당 김의원과 함께 다른 여야의원들의 자금수수여부를 캐묻자 이것마저 간접적으로 시인해 청문회장을 들쑤셔 놓았다.
이러자 여야의원들의 「본분을 망각한」 신문이 줄을 이었다. 김씨의 입을 열게 만든 이사철 의원은 김덕룡 의원 부분이 맘에 걸리는듯 김의원과의 사적 관계, 김의원의 장학회문제 등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박주천(신한국당) 의원도 10여분넘게 리스트문제에 매달리다 막판에는 『사실이 아니면 최소한 사실이 아니라고 말하라』고 「속마음」을 드러냈다.
동료의원들을 구해주려다 오히려 「엎어치기」를 당하는 의원들도 있었다. 이인구 의원은 김씨가 여야 3김의원의 리스트포함사실을 우회적으로 시인하자 『(3김의원을) 잘 아는가』 『(3김의원을) 만난 사실이 있느냐』고 거듭 물으며 이를 번복시키려 했다. 그러나 김씨는 오히려 『말을 못하겠다는 의미』라고 확인강도를 더해버렸다.
회의끝무렵 『의문이 있는 부분을 분명히 하려한다』며 직접 김씨를 신문한 현경대 위원장의 「노력」도 무위에 그쳤다. 김씨가 『대답하기가 거북해 말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이전보다 더 확실히 리스트내용을 인정해 버렸기 때문이다.
○…이에앞서 상오에 벌어진 손홍균 전 서울은행장 신문에서는 일부 의원들이 증인을 몰아세우기보다는 동정론을 펴는 희한한 광경이 벌어졌다.
김원길(국민회의) 의원은 『증인이 행장으로 있을때 과감하게 주거래은행을 포기함으로써 은행과 주주의 이익을 충실히 보호한데 대해 경의를 표한다』며 손씨를 치켜세웠다. 김문수(신한국당) 의원은 『노조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 행장에 취임해 외압을 뿌리치고 한보여신을 줄일 수 있었던 것 아니냐』며 색다른 접근을 시도해 눈길을 끌었다.
손씨는 그러나 대출외압존재여부 등 야당측의 주관심사에 대해서는 시종 부인으로 일관, 의원들의 기대를 저버렸다.<김광덕 기자>김광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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