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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 청문회­정태수·김종국 ‘다른 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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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 청문회­정태수·김종국 ‘다른 진술’

입력
1997.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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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950억 비자금 인출”/정씨 “내 돈 5,000억 투자”“김씨 110억뿐” 엇갈려한보그룹 정태수 총회장과 김종국 전 재정본부장의 청문회와 검찰에서의 진술은 얼마나 다른가. 한보 부도의 책임자인 두사람은 청문회에서 어떤 거짓말을 했을까.

정총회장은 검찰에서의 진술내용을 대부분 부인한 반면 김본부장은 검찰진술을 표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적으로 시인했다. 그러나 두사람은 소위 「정태수리스트」 등 민감한 사안에는 약속이라도 한 듯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이틀간의 청문회에서 가장 명확히 드러난 정총회장의 거짓말은 『비자금을 한푼도 조성하지 않았다』는 진술. 정총회장은 검찰에서 『당진제철소 건설 가계정중 노무비 7,332억원을 과다계상했다』며 변칙회계처리를 통한 비자금 조성을 시인했지만 청문회에서는 『비자금은 무슨 비자금이냐』고 펄쩍 뛰었다. 또 정총회장은 검찰수사과정에서 회사자금을 유용해 부동산 구입, 계열사 인수, 세금납부 등의 사실을 시인했지만 청문회에서는 『그런일 없다』고 부인했다. 정총회장이 둘러댄 것은 개인 소유 땅과 주식매각 대금을 회사에 넣어두고 필요할 때마다 썼다는 것. 그러나 정총회장은 청문회에서 당진제철소 건설에도 이 돈에서 5,000억원이상 투자했다고 했고 세금이나 계열사인수에도 주식과 땅 판돈을 사용했다고 진술하는 등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총회장은 그러나 검찰에서 『부동산이 매각되지 않아 대부분을 외부차임금에 의존했고 자체자본조달은 없었다』고 진술했다. 또 김씨도 청문회와 검찰에서 일관되게 『정총회장이 제철소 건설에 투자한 돈은 등촌동 땅 매각대금 11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증언해 정총회장의 거짓말이 드러난 셈이다. 두사람의 청문회 주장이 최소 50배 가량 차이가 나는 것. 또 김씨는 청문회에서 정총회장이 현금인출한 비자금이 일주일에 평균 3억원씩 94년 200억원, 95년 400억원, 96년 350억원 등 모두 950억원이라고 증언했고 정총회장이 전환사채중 710억원 어치를 회사돈으로 편법매입했다며 정총회장의 주장을 뒤엎었다. 정총회장이 금융비용으로 1조5천억원을 지출했다고 주장한 반면 김씨는 『실무자들이 확인한 것이라면 4,600억원이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도원인도 상반됐다. 정총회장은 『산업은행에서 3,000억원의 추가대출해 줬으면 공장이 완공돼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씨는 『자금력이 없기 때문에 추가대출이 돼도 2∼3개월밖에 버티지 못할 것』이라며 반박했다.

김씨의 진술도 자금부분을 제외하곤 신빙성이 떨어지는 내용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특히 한보사건의 최대의혹인 대출배후와 정·관계 로비내역 등에 대해선 굳게 입을 다물었다. 김씨는 검찰에서 시인한 1억5,000만원 떡값 착복사실을 청문회에선 부인했다. 또 96년 떡값으로 84억원 가량이 지출됐을 것이라는 검찰진술을 청문회에선 추석전 인출한 36억원만 인정했다. 이금액중 자신이 직접 처리한 액수는 추석때 갈비세트와 굴비 등을 5,000만원어치 구입해 돌린 것 외에는 없다는 식의 소극적 진술로 일관했다. 김씨는 『문민정부 출범당시 사정바람으로 은행간부들은 홍인길씨의 전화를 받으면 오히려 감사했을 것』이라며 『홍씨가 정총회장과 전화통화가 오가는 것을 들은 이외에 다른 사람은 전혀 모른다』고 진술했다. 홍의원에게만 매달렸다는 정총회장과 완벽하게 입을 맞춘 듯한 대목. 그는 수사과정에서 확인된 청와대 경제수석실의 대출개입도 전혀 모른다고 대답했다.

김씨는 또 전날 정총회장이 시인한 자금을 준 사실을 시사한 김덕룡 김상현 김용환 의원 등 일부 정치인들에 대해 『돈을 주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느냐, 실제 돈을 준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밝힐 수 없다』, 『확인해 줄 수 없다』고 간접시인하며 발을 뺐다. 그러나 최형우 의원에게 돈을 주었느냐는 질문에 『모른다』고 부인했다. 그는 떡값이나 정치자금을 돌린 적이 있느냐는 질문조차 『재판중』이라며 답변을 거부했다.<이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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