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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옥죄는 검찰 칼날/한보 재수사­정치인 조사 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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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옥죄는 검찰 칼날/한보 재수사­정치인 조사 임박

입력
1997.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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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리스트 토대 대상자·시기·방법 저울질/대가입증 등 난관 해명성 마무리 될수도검찰의 정치인들에 대한 수사가 임박한 분위기다. 한보청문회에서 한보그릅 정태수 총회장과 김종국 전 재정본부장 등의 증언으로 상당수의 여야 정치인이 정씨에게서 돈을 받은 사실이 간접확인됨에 따라 검찰이 어떤 방법으로든 수사에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특히 김씨는 8일 신한국당 김덕룡, 국민회의 김상현 의원에게 돈을 주었느냐는 질문에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 돈 준 사실을 사실상 시인했다.

검찰은 이미 정총회장이 진술한 이른바 「정태수 리스트」를 토대로 소환대상자를 분류하고 조사시기와 방법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심재륜 대검중수부장은 8일 『(정치인 조사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희 수사기획관도 『정씨의 청문회 진술을 속기록을 통해 정밀 검토한 뒤 정씨를 불러 발언의 참뜻이 뭔지 조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씨가 7일 청문회에서 『(정치인들에게) 돈을 주면 죄가 된다는 것을 안다』고 말한 부분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를 알아보겠다는 것이다. 검찰은 정씨의 이같은 발언이 정치인들에게 청탁의 대가로 돈을 주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구체적인 소환계획과 시기, 방법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다만, 일단 수사에 착수하면 정씨 리스트에 올라있는 정치인들은 모두 조사할 방침이다. 당사자를 조사하지도 않고 범죄혐의가 없다고 단정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리스트에 올라있는 정치인은 이미 드러난 여야 중진의원을 포함해 대략 15∼20명선으로만 알려져 있을 뿐 정확한 숫자나 이름은 밝혀지지 않았다. 정치권과 증권가 등에 여러 종류의 리스트가 나돌고 있지만, 정확하지 않다는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은 이들중 구체적인 범죄단서가 드러난 인물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조사는 철저한 비공개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검찰은 이번 수사가 정치적 성격이 강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국민감정상 수천만∼수억원의 자금수수행위를 단지 정치자금 또는 선거자금이라는 이유로 무혐의처리하는 것은 쉽게 용납되지 않지만 현행 선거법상 이를 처벌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검찰수사는 정치인들이 청탁을 대가로 또는 직무와 관련해 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지 않는한 결과적으로 해명성 수사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돈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선거자금으로, 또는 정치자금으로 받았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다』는 설명이 덧붙여질 전망이다. 명단이나 조사결과도 국회 윤리위원회에 통보하는 것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검찰 관계자는 『정씨의 로비행태로 보아 정치인들에게 제공한 돈이 단순한 정치자금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대기업이 주요 정치인들에게 수천만∼수억원의 정치자금이나 선거자금을 제공하는 것이 우리나라 정치문화에서 특별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라고 말해 검찰의 곤혹스런 입장을 드러냈다.

검찰은 특히 정태수 리스트가 정씨의 일방적 진술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 정씨를 돌봐준 「몸통」은 빠지고 정씨에게 미움을 샀거나 돈만 받고 도움을 주지않은 「깃털」만 드러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자칫 검찰수사가 정씨의 의도에 말려들 수 있다는 것이다.<김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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