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5공청문회 스타가 본 한보청문회/노무현 변호사(특별기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5공청문회 스타가 본 한보청문회/노무현 변호사(특별기고)

입력
1997.04.08 00:00
0 0

◎“정파적 계산 깔린 질문/정치권 불신 조장할뿐”오늘 한보청문회를 보면서 『우리는 과거를 너무나 잘 잊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88년 5공청문회당시 『이런 역사의 비극이 다시는 없도록 하자』는 다짐속에 온 국민이 손에 땀을 쥐고 청문회를 지켜보았다. 그런 국민의 여망을 안은 의원들도 진실규명에 최선을 다했다. 10년가까이 지난 지금 온갖 비리의혹이 터져나오며 똑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역사로부터 배우기가 이렇게도 힘겨운 것일까.

이번 청문회와 5공청문회는 몇가지 점에서 유사하다. 의원들의 질문하는 방식이 그렇고, 증인들의 답변하는 상투적 태도가 그렇다. 정치인들은 여전히 담백한 상태에서 숨겨진 사실이나 국민의 관심사항을 또박또박 밝혀내기 보다는 소속정당의 정치적 목표를 깔고 그것에 유리한 답변을 끌어내려는 모습을 보였다. 증인의 답변을 끌어내려는 조급함에서 증인의 거짓말을 봉쇄하고, 답변회피를 논리적으로 차단하는 기술이 부족하다는 점도 5공청문회에서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당시와 다른 점도 적지않다. 5공청문회가 전직대통령의 비리에 관련된 것이었다면, 한보청문회의 초점은 현직대통령에게 맞춰져있기 때문이다. 또 그 당시에는 적어도 질문하는 의원이 5공비리에 연루됐을지 모른다는 의심은 받지않았다. 그런 만큼 국민의 기대나 신뢰성도 높았다. 청문회 하나가 세상을 변화시킬지도 모른다는 희망에 국민은 부풀어 있었다.

지금은 어떤가. 질문하는 의원도 『과연 저사람은 깨끗할까』하는 의혹을 받고있는 상황이다. 제1야당 총재의 핵심측근이 한보사태에 연루됐고, 여야 의원들이 함께 「정태수 리스트」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런 차이점을 염두에 두면서 이번 청문회를 올바로 평가하고 우리사회의 진정한 변화의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국민이나 정치인 모두에게 부여된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언론과 국민의 관심은 구체적인 사실에 집중해있다. 『김현철씨가 과연 한보사건의 몸체인가』 『그가 돈을 받았을까, 그렇다면 얼마나』 『김영삼 대통령이 한보로부터 대선자금을 받았을까』 『한보에서 돈받은 정치인들은 누구일까』

그러나 내가 묻고싶은 것은 『우리사회에 어떤 구조적인 문제가 있기에 이런 납득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는가』하는 점이다. 내가 청문회의 질문자라면 김현철씨에게 이렇게 묻고싶다. 『당신주변에 줄을 대려고 했던 사람들이 누구인가』 『그들이 제발로 찾아왔는가, 당신이 불렀는가』 『장관이 임명될때 한번 보자고 한 사람중 거절한 사람도 있었는가』

이번 청문회에 바라는 점은 크게 두가지이다. 우선 청문회가 한국정치, 우리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점검하고, 방향을 다시 세우는 계기가 돼야한다는 점이다. 누가 청문회스타로 탄생하고, 어떤 깜짝쇼가 연출되는지에 매몰돼서도 안된다. 처음엔 요란하다가 끝에는 흐지부지되는 용두사미식의 정치적 타협으로 끝나서도 안된다. 청문회후에도 우리정치풍토에 달라진 것이 없고, 여전히 부정비리가 끊이지 않는다면, 청문회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두번째로 의원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청문회에서 정파적 이해관계나 관점에서 벗어나 대의에 충실하라는 것이다. 정파에 따라 관점을 달리할 수 밖에 없겠지만 한보사태의 진상규명이라는 큰 흐름 안에서 정파적 이익과 관점을 자리매김해야 한다. 소소한 질문 하나하나로 사실을 왜곡시키거나 특정한 정치적 계산이 깔린 질문은 청문회의 진정한 의의를 실종시킬 것이다. 이는 국민을 식상케하고 정치권의 불신만을 조장할 뿐이다.

마지막으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청문회를 열자고 할때마다 거부했던 정치세력, 비자금이 조성됐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수사를 중단했던 검찰, 국정조사를 번번이 거부하고 날치기를 한 정치인들, 그들을 국회로 보낸 국민도 이번 사태에 일단의 책임이 있다. 비리의 주역들과 그들을 만들어낸 조건들까지 낱낱이 드러내 우리 자신을 반성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런 반성없이 모든 책임을 어느 한 두사람에게만 씌울 수는 없을 것이다.<전 의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