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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오 “줬다” 하오 “안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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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오 “줬다” 하오 “안줬다”

입력
1997.04.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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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김 의원 자금제공” 여 재차 추궁하자 부인/야 의원들 “고의적 증언번복 유도했다” 반발돈을 줬다는 것인가, 주지 않았다는 것인가.

한보 청문회 첫날인 7일 정태수 한보그룹 총회장이 신한국당 김덕룡·국민회의 김상현·자민련 김용환 의원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한 사실을 간접 시인한 뒤 이를 다시 번복, 논란이 일었다.

이날 상오 두번째 신문에 나선 신한국당 맹형규 의원은 여야의원 24명의 명단이 거명된 「정태수 리스트」의 진위여부를 추궁했다. 이 과정에서 맹의원은 세 명의 김의원의 이름을 차례로 들어가면서 『정치자금을 주었는가』라고 집요하게 물었다.

정씨는 처음 『기억이 없다』고 부인하는듯 했다. 그러나 맹의원이 『다른 사람을 통해 주었기 때문에 기억이 안난다는 말인가』라고 묻자 『직원이 준 것으로 알고 있지만 기억이 안난다』고 답했다. 순간 회의장은 술렁였다. 정씨가 자금 제공을 처음 시인한 셈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어 『후원금을 준 것이냐』는 맹의원의 질문에 『정치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정치자금 아니냐』라고 말해 자금제공을 사실상 기정사실화했다.

맹의원은 김덕룡 의원의 경복고 후배이자 그의 계보원이다. 맹의원이 추궁을 한 것도 신한국당 김의원이 정태수리스트에 포함됐다는 보도를 「석명」하기 위한 의도였던 것으로 보인다. 결과가 정반대로 나타나자 맹의원은 정회시간에 기자들에게 『김선배가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는 것을 밝히려 했는데 결과적으로 이상하게 됐다』며 진화를 시도했다.

역시 김의원과 가까운 신한국당 박헌기 의원은 하오까지 발언순서를 기다린 뒤 정씨의 「증언」을 반전시켰다. 박의원이 의원들의 정치생명이 달렸다는 주석까지 곁들이며 사실관계를 재차 추궁하자 정씨는 『누구를 시켜서도 돈을 준 일이 없다』고 증언을 번복했다.

야당의원들이 『증언을 고의적으로 바꾸도록 유도했다』고 반발하는 등 소란이 일어나자 현경대 위원장은 정씨가 여야의원 3명에 대한 자금제공을 모두 부인했음을 상기시키면서 석연치 않은 매듭을 지었다.<유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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