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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물통’ 열 ‘열쇠’가 없었다(청문회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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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물통’ 열 ‘열쇠’가 없었다(청문회 창)

입력
1997.04.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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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들 증거 제시못해 정씨에 농락당한 느낌온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7일. 서울구치소에서 열린 국회한보특위의 TV청문회 증인으로 나온 정태수 한보그룹 총회장의 입은 끝내 열릴 줄 몰랐다. 꽉 다문 입, 지그시 내려 깐 눈은 부도덕한 능구렁이 기업인의 표상이었다.

특위 위원들의 집요한 질문공세도 한계가 있어 보였다. 의원들은 정씨가 때때로 위세등등한 자세를 보이는데 대해 「적반하장」 「국회모독」이라고 나무라면서도 정작 본질을 파헤치는 명쾌한 증거제시는 못했다. 남은 청문회 일정 역시 하나마나한 것이 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앞섰다.

이날 30분 먼저 도착해 구수회의까지 가진 신한국당 의원들은 곧바로 야당의원들의 금품수수 의혹을 물고 늘어졌다. 이들은 특히 김대중 국민회의·김종필 자민련 총재를 비롯한 야당 중진들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흠집내기에 몰두했다. 이에 질세라 야당의원들도 이른바 「정태수 리스트」를 끄집어 내 역공을 퍼부었고 정씨와 김영삼 대통령과의 관련성을 부각시키는데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제시되는 증거는 몇종류의 괴문서와 신문기사가 고작일뿐 정씨의 「자물통」을 부수는 결정적 질의나 물증은 없었다.

그럴수록 정씨의 「오만함」에는 탄력이 붙었다. 예상대로 그는 『모르겠다』 『기억이 없다』 『재판중이라 말할 수 없다』로 일관했다. 국민 모두가 정씨의 「세치 혀」에 농락당하는 느낌이었다. 그는 반성한다고 하면서도 『앞으로 사업을 잘해서 보답하겠다』고 했다. 나라를 살리고 역사를 바로잡는 진정한 사죄는 솔직한 고백밖에 없다는 국민적 여망을 그는 잊은듯 하다.

그러나 그가 버티기로 일관할 수 있었던 데는 여야의 눈치싸움도 한 몫을 했다. 이번 청문회가 정치쇼로 끝나서도, 여야 이전투구의 장이 돼서도 결코 안될 것이다.<홍윤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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