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 5∼6학년 여학생들 자연스런 성교육·성인식 겸해 가족행사로 점차 자리매김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사는 정미경(39·주부)씨는 3월 중순에 독특한 행사를 치렀다. 초등학교 6학년인 딸 박정윤(12)양이 『엄마, 나 그거해요』하고 알려왔기 때문이다. 「그것」은 다름아닌 첫 생리. 딸이 여자가 되었다는 신호였다. 정씨는 안쓰럽다는 생각이 먼저 머리를 스쳤지만 딸은 『외국에서는 축하해준다는대요』하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듯했다. 정씨는 『그래, 우리도 축하하자』하고 얼른 딸을 감싸안았다.
이날 딸과 엄마는 생리가 끝나면 함께 영화 「에비타」를 보러가기로 약속하고 1주일 뒤 약속을 지켰다. 『딸이 엄마와 단둘이 어른이 보는 영화를 보았다는 생각에 무척 좋아하더라』고 기뻐했다. 이모들도 브래지어와 거들을 선물했다.
일본에서 하는 것으로 알려진 초경 축하가 우리나라에서도 자연스런 가족행사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딸이 생리를 시작하는 것을 축하하기 위해 온가족이 모여 케이크를 자르고 꽃다발과 선물을 선사한다.
초등학교 5∼6학년 여학생들 사이에는 어떻게 초경 축하를 받았느냐가 친구간에 화제가 될 정도이다. 김혜련(39·주부·서울 관악구 봉천동)씨는 지난해 늦여름에 딸 이현정(13)양이 생리를 시작하자 친정어머니가 외국에서 사다준 목걸이를 물려주었다. 남편은 『사고 싶은 것 사쓰라』며 돈을 주었다.
초경 축하는 자연스런 성교육으로 이어진다. 엄마들은 여성 신체의 구조와 임신의 원리에 대해서 딸과 이야기를 나눈다. 2년전 초경축하를 받은 한민현(14·서울 강남구 일원동)양은 『대강은 알고있었지만 엄마가 선물도 사주고 축하의 말과 함께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주니 좋았다』고 밝힌다. 정씨와 김씨는 또 『성폭행을 당할 수도 있으니 몸가짐을 조심하라는 점을 언급하며 마음이 아팠다』고도 한다.
초경축하가 딸들을 위한 현대판 성인식 구실을 하는 반면 아들에게는 이런 자리가 없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아들의 어른되기는 눈치채더라도 모른 척하고 넘어가기 때문이다. 정씨는 중2인 아들이 「몽정」을 한 것을 알고는 『너도 어른이 됐구나』하면서 『흔히 성문제에 있어서 여자는 피해자, 남자는 가해자라고 생각하지만 가해자가 정신이 황폐해진다는 점을 생각하면 남자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사랑이 동반되는 성을 생각하라』고 일러주었다고 들려준다.
여성민우회 가족과 성 상담소 양해경 소장은 『성에 대한 정보가 범람해서 부모가 새삼 일러줄 것이 없는 세태이지만 자녀들이 부모와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 자체에서 교육적 효과가 생긴다』며 『이를 계기로 지나치게 요란한 행사보다는 자연스런 대화를 갖는 것이 최고』라고 일러준다.<서화숙 기자>서화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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