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서린 버티니 세계식량계획(World Food Program) 사무국장이 한국을 찾았다. 그의 방한 목적은 기아로 허덕이고 있는 북한동포에 대한 식량지원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그는 지난달 북한을 방문하기도 했다.WFP는 61년에 설립된 유엔의 식량원조를 담당하는 기관이다. 본부는 이탈리아 로마에 있고 회원국은 93개국이다. 사무국장인 버티니 여사는 미국 농무부 부장관을 지낸 인물로 날카로운 눈매만큼이나 일처리가 야무지다는 평을 받고 있다. 직원수는 4,000명. 세계식량원조의 3분의 1은 WFP가 담당하고 있다. 자금은 각회원국 및 민간단체의 기부에 의존하지만 95년에도 90개국의 4,000여만명에게 12억달러 280만톤의 식량을 제공했다. 이같은 WFP의 노력으로 르완다 부룬디 에티오피아 등의 300만∼400만명의 어린이가 목숨을 구한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WFP활동이 각국의 호평을 받는 것은 정부간의 원조는 외교 이념 및 정치적 마찰의 소지가 많지만 WFP를 통하면 이러한 문제를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기아선상에서 허덕이고 있는 사람은 전세계적으로 8억∼9억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7∼8초당 한명이 굶어 죽어가고 있다는 계산이다. 이중에 우리와 피를 나눈 북한동포가 대부분 포함돼 있는 것도 문제지만 아사자의 대부분이 어린이와 여자들이라는 데 커다란 아픔이 있다.
지난해 열린 세계식량 정상회의는 2015년까지 영양부족으로 고생하는 사람을 반으로 줄이자는 다짐을 했으나 목표달성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개발국의 경제발전 없이 굶주리고 있는 사람에게 식량원조를 계속하는 것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란 의견이 만만치 않은데다 지금까지 원조에 앞장서온 선진국들이 식량원조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했다는 점도 문제다.
북한동포를 도와야 하는 입장에 있는 우리도 귀담아 들어야 할 의견이 아닐까. 북한의 농업구조 개선없이 식량원조를 끝없이 계속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볼 일이다.<논설위원실에서>논설위원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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