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한 주제 쉽게 풀어/회원 300여명 ‘토론 열기’서울 봉천6동 「어린이 철학교육연구소」. 5일 하오 2시30분 3학년 어린이 10명이 「귀신이 실제로 있나, 없나」를 두고 토론이 한창이다. 한 어린이가 『옛날이야기나 성경에 귀신이 나오기 때문에 있다』고 말하자 다른 어린이는 『내눈으로 직접 본적이 없기 때문에 없다』고 주장한다. 지도교사가 『귀신이란 말이 있는 것은 귀신이란 존재가 있다는 증거가 아니냐』고 반박하자 잠시 생각에 빠졌던 그는 『사랑이나 우정처럼 존재하지 않아도 말이 있는 경우도 많다』고 주장한다. 『전기나 공기와 같이 존재하지만 눈으로 볼 수 없는 것도 있다』며 반박하는 어린이도 나선다. 이날 다룬 내용은 바로 철학에서 말하는 「형이상학적 존재」에 관한 질문이다.
이 어린이들은 모두 어린이 철학교육연구소가 운영하는 「어린이 철학교실」회원들이다. 어린이철학교실은 86년 서울교대 철학연구회가 중심이 돼 만든 「어린이철학교육연구소」에서 운영하는 초등학생 철학강좌. 입소문을 통해 모여든 어린이 회원이 현재 300여명 된다.
회원들은 학년별로 나뉘어 매주 수요일이나 격주 토요일중 자기가 원하는 시간강좌에 참여할 수 있다. 강좌는 주로 토론으로 이루어진다. 이솝우화를 읽고 토론하거나 「다수의 의견과 한사람의 의견이 맞설때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사람 눈은 2개인데 왜 사물은 하나로 보이나」 등과 같은 문제를 놓고 주장을 펼친다.
박민규 소장은 『어린이에게 논리나 철학이 어렵지 않으며 재미있고 유익하다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 목적』이라고 한다.
개념과 원리, 비판적 사고 등을 배우는 철학교실은 수학과 과학의 기초를 다지는 역할도 한다. 교재 「철학으로 수학다지기」 「…과학다지기」 등은 공기중에 떠있는 먼지의 수를 통해 무한의 개념을 가르치고, 「만물은 변한다」는 헤라클레이토스의 명제를 통해 개구리의 생태변화를 설명하기도 한다.
사용되는 교재는 어린이철학교육연구소가 펴 낸 어린이 철학책. 86년부터 두차례 한국일보에 철학동화 「노마의 발견」을 연재하기도 했던 연구소는 「달려라 플라톤 날아라 칸트」 「소크라테스와 크는 아이」 등 연구원들이 집필한 20여권을 비롯 어린이철학서적을 전문으로 만들어 왔다. 10명의 지도교사는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거나 서울교대 철학연구회 동문들이다.<김동선 기자>김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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