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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사안엔 역시 “자물통”/한보 청문회­현장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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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사안엔 역시 “자물통”/한보 청문회­현장 이모저모

입력
1997.04.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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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때 느닷없는 음양론 개진도/“노가다사회 아셔야” 비아냥 까지/“로비 안했나”에 “그래서 두번 감옥”7일 긴장된 분위기속에서 시작된 청문회는 상오 9시20분부터 밤 11시30분까지 14시간10여분동안 진행됐으나 정태수 총회장이 핵심사안에 대해 입을 열지 않아 아무 소득을 거두지 못했다.

○막판추궁도 아랑곳

국민회의 김경재, 자민련 이양희 의원 등이 밤늦게 야당의 마지막 공격수로 나와 대선자금제공의혹 및 정태수리스트 실체 등을 추궁했으나 정씨는 『그렇지 않다』 또는 『모른다』 등의 무성의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김경재 의원은 좌중을 웃겨 분위기를 누그러 뜨린뒤 『진실을 밝히라』고 다그쳤으나 정씨는 오히려 웃음을 머금으며 대선자금의혹 등에 대해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답변했다. 정씨가 민감한 문제에 대해 대해 『재판중이라 말할 수 없다』고 계속 답변하자 김의원은 『잘못하면 증인의 별명이 「지금 재판중」이 된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또 이양희 의원이 『홍인길 의원이 깃털이라면 몸통은 김영삼 대통령인가, 김현철씨인가』라고 물었으나 정씨는 『내가 몸체』라고 받아넘겼다.

○…청문회의 관심은 특위위원뿐만 아니라 시청자들 모두가 정씨가 과연 자물통 입을 열고 폭탄발언을 할 것인가 여부에 모아졌다. 여야의원들은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정태수리스트」와 한보의 92년 대선자금 지원설, 각종 특혜대출 및 정·관계 커넥션 등 한보 비리의 「몸통」 규명에 주력했다. 그러나 정씨는 92년 대선자금 지원설, 김현철씨와 한보그룹 커넥션설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 『모른다』 등의 대답으로 일관하면서 피해나갔다. 그는 또 정태수리스트 실체 등에 대부분 『재판중인 사안이어서 말할 수 없다』며 답변을 거부하기도 했다. 다만 그는 신한국당 김덕룡 의원 국민회의 김상현, 자민련 김용환 의원 등 일부 여야중진에 대한 정치자금 지원설을 간접적으로 시인해 정가에 파문을 일으켰다. 그러나 하오의 회의에서 추궁이 계속되자 증언을 번복하기도 했다.

○9가지 약 복용 엄살

○…정씨는 『건강이 좋지 않은 편이어서 9가지 약을 먹고있다』고 말했으나 주로 눈을 지그시 감은채 또박또박한 목소리로 답변을 했다. 그는 신문도중 틈틈이 의원들의 신문에 대해 반박논리를 펴기도 해 의원들로부터 질책을 받았다. 그는 『모든 사물에는 음지와 양지가 있는데 한보그룹에 대해서는 최근 부정적 측면만 부각되고 있다』고 자신의 주장을 강력히 개진하기도 했다.

○고압적 태도 목청도

○…정씨의 「고압적」인 태도가 위험수위에 올랐던 때는 국민회의 이상수 의원 질의 때. 이상수 의원이 『증인은 검찰에서 마지막에 3천억원만 대출이 됐어도 부도를 막을 수 있었다고 했지만 다른 회사관계자들은 그래봐야 두달을 채 못버텼을 것이라고 했다』며 추궁했다. 이에대해 정씨는 갑자기 목청을 돋우며 『자금에 대해서는 주인인 내가 알지 머슴이 어떻게 알겠나』라고 반발했다. 정씨는 이어 『갑자기 대출을 중단한 것은 마치 젖먹던 아기의 젖을 뗀 것과 같으며 생이빨을 뺀 것과도 같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정씨는 이어 국민회의 김민석 의원이 대선자금 제공의혹을 캐면서 『한보가 3천3백억원을 현찰로 찾은 이유는 무엇인가』를 물은데 대해 『「노가다」판에 가면 「현찰박치기」란게 있는데 의원님도 노가다 사회를 좀 아셔야 할 것』이라고 비아냥거리기까지 했다.

○논리적 질의엔 저자세

정씨는 그러나 김의원이 김대통령과 홍인길 의원과의 관계, 구체적인 은행자료 등을 제시하며 논리적인 추궁을 계속하면서 양심의 가책에까지 호소하자 침통한 표정으로 자세를 낮추는 모습이었다.

○…정태수리스트의 공개를 묻는 의원들 신문에 대해 정씨가 『재판중이어서 얘기할 수 없다』고 되풀이하자 민주당 이규정 의원은 『「재판중」이란게 무슨 벼슬이라도 되는 줄 아느냐』고 질타 했다. 이의원은 이어 『정치권에서는 지금 증인의 한마디 한마디에 정치생명이 끝난다고 해서 증인을 「저승사자」라고 한다』면서 『증인의 무거운 입을 열게하기 위해 자물통을 직접 들고 나왔다』면서 자물통을 마이크옆에 올려놓은채 질문공세를 폈다.

○…정씨는 이날 신한국당 맹형규 의원 질문에 대한 답변과정에서 구속중인 홍인길 의원을 가리켜 「하늘」이라고 표현했다. 이에 신한국당 박주천 의원이 그 뜻을 묻자 『어려울때 부탁하면 안되는 일이 없어서 그렇게 생각했다』고 답변했다. 정씨는 또 이규정 의원이 『대출외압이 전혀 없었다면 괘씸죄로 처벌을 받든지 사업자금을 한푼도 대출받지 못했을 것 아니냐』고 다그치자 『그래서 감옥을 두 차례나 갔다온 것 같다』고 대답했다. 그는 이규정 의원이 『전두환 대통령 시절 인사동서 골동품이 나오면 곧바로 구입해 전대통령에게 갔다 바치지 않았느냐』고 추궁하자 『골동품의 「골」자도 모른다』고 완강히 부인했다.

○개의시간 20여분 지연

○…이에앞서 여야는 상오 9시 청문회에 앞서 구수회의를 갖고 「정태수공략」 대책을 최종 점검하는 등 긴박한 움직임을 보였다. 특히 여당측이 『정태수리스트에 포함된 일부 야당의원은 특위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의견을 모으는 바람에 청문회 개의시간이 20여분간 지연되기도 했다.

이날 상오 9시20분께 정씨는 교도관 20여명에 둘러싸인 가운데 청문회장으로 쓰이는 서울구치소 3층 대강당에 입장했다. 곧이어 현경대 위원장이 개의선언과 정태수씨의 증인선서에 이어 본격적 청문회가 개시됐다.

○기자 2백명 취재경쟁

○…한보특위의 구치소 청문회가 진행된 경기 안양 서울구치소에는 청문회가 시작되기 1시간전인 상오 8시부터 내외신 기자 2백여명이 몰려들어 구치소 청문회에 쏠린 국내외의 높은 관심을 여실히 입증했다. 구치소 청문회장에는 국내외 취재기자 50여명, 사진기자 30여명 등과 중계차 관리인력 1백여명 등이 몰려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다.

위원장석 맞은 편에 위치한 정씨의 증언석 뒤로는 내외신 취재기자들을 위한 기자석 50여개가 마련됐으며 기자석 뒤편으로는 교도관 30여명이 배치돼 청문회도중 발생할 수 있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김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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