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씨 오만한 태도에 국민 분노/시종일관 “모른다”“말못한다”/“의원들끼리 흠집내기도 한심”『이게 무슨 청문회냐』 『당장 집어치워라』 한보특혜 의혹과 김현철씨 비리의혹에 대한 국회 청문회가 열린 7일 대부분의 시민들은 정태수 한보그룹 총회장의 후안무치한 답변 태도에 불만을 터뜨렸다. 국민과 역사 앞에서도 진실을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민은 여야 의원에 대해서도 장탄식을 터뜨렸다. 알맹이 없는 질문에 장황한 훈계, 상대 정파 흠집내기에 열중하는 의원들 모습에 청문회 무용론까지 제기했다.
88년 5공청문회 이후 9년만에 열린 이날 청문회는 국민적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국민들은 직장과 가정 역 터미널 공항 등에 설치된 TV앞에서 온종일 정씨의 무겁기로 소문난 입이 이번에는 열리길 기대했다. 그러나 청문회가 기대수준에 미치지 못하자 상당수 국민들은 소리를 지르며 TV를 껐다.
서울역 대합실에서 청문회를 지켜 본 김진수(45·상업·대구 북구 산격동)씨는 『증언을 회피하는 정씨 태도로 보아 진실규명은 물건너 간 것 아니냐』며 『정씨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정말 궁금하다』고 말했다. 집에서 TV를 본 주부 고혜진(41·경기 고양시 주엽동)씨는 『의원들의 질의도 수준 이하이고 정씨의 답변태도도 불량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김인회(34) 변호사는 『정씨가 「모른다」 「기억나지 않는다」며 답변을 회피한 것은 국민에 대한 오만방자한 태도』라며 『이래서야 국정조사나 청문회가 국민적 의혹을 풀 수 있겠느냐』며 우려를 표명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정씨의 불성실한 태도와 함께 진실규명보다 자당 이기주의에 빠져 아까운 시간을 허비한 의원들을 질타했다. 서울 YMCA 시민중계실 신종원(37) 실장은 『일부 의원들은 한담하러 왔는지, 시간만 때우러 왔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준비가 부실했다』며 『그런 자질과 역량으로 한보비리의 진실을 캐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실망감을 나타냈다. 참여민주사회시민연대 김기식(32) 정책실장은 『정씨의 증언태도도 무책임했지만 여야의원들도 상대방 흠집내기를 위한 질문에 주력하는 등 진실규명보다 청문회를 정치공세의 장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엿보여 한심스러웠다』고 말했다. 서울대 이광규(63·인류학과) 교수는 『정씨의 당당함에 비해 의원들의 태도나 질문내용이 알맹이가 없고 본질에서 벗어나 있었다』며 『반성의 기미가 없는 정씨나 의원들이 국민에게 보여준 무기력함이 한심할 뿐』이라고 말했다.<서사봉·정진황·윤순환 기자>서사봉·정진황·윤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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