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보호법」 상가 등 제외 건물주 횡포/계약만료후엔 임대료 과다인상/일방 퇴거요구 시설비 날리기도계속된 불황여파로 점포를 임차해 영업하는 상인들이 건물주로부터 임대료 과다인상, 시설비·권리금 미반환 등 횡포에 시달리고 있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에는 상가·사무실 임대차계약 조항이 없어 건물주 횡포를 막고 영세상인들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관련법 제·개정이 시급하다.
신촌에서 30평 규모의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35)씨는 건물주의 갑작스런 퇴거요구로 실내장식비 및 시설비 8천여만원을 고스란히 날리게 됐다. 건물주가 『직접 장사를 하겠다』며 계약기간(2년) 만료 즉시 가게를 비우라는 내용증명을 보내와 다른 세입자로부터 시설비 등 권리금 일체를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씨는 『건물주는 「실내장식물이 아까우면 떼어가라」고 하지만 업소 특성상 실내장식물을 다른 곳에서 또 사용할 수 있겠느냐』며 『건물주가 계약기간을 어긴 것도 아니어서 호소할 데도 없다』고 말했다.
신촌 일대 상인들에 따르면 일부 건물주들은 계약기간 만료일에 맞춰 입주 상인들을 내보낸뒤 2∼3개월 가량 점포를 방치했다가 다른 임차인에게 수백만원대의 「바닥 권리금」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에 보증금 1천9백만원, 월세 58만원짜리 미용실을 임대, 운영하고 있는 김모(40·여)씨는 재계약시 보증금 2천5백만원, 월세 70만원을 내라는 건물주의 터무니없는 요구에 말문이 막혔다. 주택은 전세금을 10%이상 올릴 수 없도록 주택임대차보호법에 규정돼 있지만 점포는 아무런 규제가 없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김씨는 계약해지 및 보증금반환을 요구했으나 건물주가 차일피일 미뤄 어쩔 수 없이 법원에 소송을 내기로 했다.
상인들의 잇따른 피해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8월과 11월 의원입법, 청원 형식으로 국회에 제출된 「점포 임대차보호법안」 「업무용건물 임대차보호법안」 등은 법사위 소위원회에 상정돼 있으나 관련부처 의견수렴을 이유로 처리되지 않고있다. 법사위 관계자는 『법안 내용이 약간씩 달라 이를 정리, 본회의에서 통과하려면 연내 법제정은 어려울 전망』이라고 밝혔다.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강광파 이사는 『건물주 횡포를 막을 법률이 없어 서민, 특히 영세 상인들의 피해가 크다』며 『보증금 인상범위 제한, 권리금의 법적 근거 마련, 경매처분시 보증금중 일정액 보호 등을 골자로 한 법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김관명 기자>김관명>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