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객에 무료 도시락/인터넷 홈페이지 개설/‘문화편견’을 깬다자동차 소리만 빼면 도심 같지 않은 신선한 공기가 온몸을 감싼다. 바로 옆이 덕수궁이니 당연하다. 거기, 정동극장과 극장의 휴식 공간 「쌈지마당」이 있다.
콜럼버스의 달걀. 달걀 모서리를 살짝 깨뜨리는 일은 완고한 편견을 뒤집었다. 정동극장(02―773―8960∼3)은 「문화의 콜럼버스의 달걀」을 지향한다.
국악을 시대 이념에 맞게 변용해 낸 「풍무악」 시리즈에서 국악과 재즈를 한무대에 올린 공연까지, 정동극장이 기획해냈다. 또 3월에는 재일 교포 유미리씨의 화제작 「물고기의 축제」가 각색 상연됐다. 더불어 작가가 직접 무대에 올라 객석과 직접 대화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정동극장은 시민에게 「만만한」 극장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다. 직장인을 위해 무료로 도시락을 나눠주거나, 공연동안 아이들을 돌봐주는 등의 다양한 사업을 병행했던 「직장인을 위한 정오의 예술무대」.
이밖에 「돌담길이 있는 추억의 음악회」, 직장인을 위한 「낮잠자러 오세요」 등 아이디어 상품도 속출했다. 문화의 틈새를 겨냥한 성공이라는 평이 뒤따랐다.
인터넷은 정동극장이 일찌기 주목한 분야다. 96년 11월 국내 문화시설중 최초로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했다(http://www.chongdong.co.kr(국내용) com(국제용)). 그 중 「정동극장이 소개하는 한국의 예술인」 사이트에는 현재 국내 솔로이스트 20명이 올라 있다. 정동극장의 웹은 지난 3월 한컴이 주최하는 「웹 코리아 베스트 5」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모두가 다면체 문화 공간 정동극장의 실재다. 95년 6월 문을 열고 여지껏 오기까지, 정동극장은 몇 차례 커다란 외형적 변화를 겪었다.
문화체육부 소유의 재단법인으로 출발했다. 이어 국립극장 산하 사단법인을 거쳐, 재단법인으로 거듭난 것이 올 1월. 관에서 민에로의 세월이었다. 관료들에게 극장이란 권력의 변방 지대일 뿐이었다. 무사안일적 타성은 결국 대관수입만으로의, 면피성 극장 유지로 드러났다. 그러나 민영화 이후, 극장은 시민에게 다가서기 시작했다.
낮잠자고 싶은 곳, 정동극장은 깨끗한 공기와 미려한 풍치가 인상적이다. 그러나 주인공인 공연장은 거꾸로 지하 1층에 숨어있다. 얄궂은 사연이 거기 숨어있다. 인근 미 대사관의 「보안」 문제가 극장을 옭죄었던 것. 지난 시절, 미 대사관 안을 들여다 보는 것은 「불경죄」였다.
오랜 「관폐」를 뚫고 오른 정동극장에는 맑은 공기와 같은 문화를 찾아 나선 시민들이 오늘도 이야기를 엮어간다.<장병욱 기자>장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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