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남해안 청정해역에는 제2의 시프린스호로 악몽이 재현되고 있다. 지난 3일밤 경남 통영시 욕지면 매물도앞 해상에서 암초에 부딪쳐 침몰한 유조선으로부터 유출된 벙커C유가 방제작업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조류를 타고 계속 확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대에 설치된 5,000여 양식장과 연안어업에 큰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남해의 기름수난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지, 청정남해의 모습이 애처롭기만 하다.사고직후 해경 등 관계기관이 기름띠의 이동확산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는 있다지만 일기불순으로 인한 파고, 강풍에 강우까지 겹쳐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번의 사고선박에는 모두 1,700여톤의 벙커C유가 실려 있었고 그중 선박파손부위의 400여톤이 바다에 쏟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는 95년 7월의 시프린스호의 악몽과 교훈을 잊지 않고 있다. 당시 태풍을 피해 전남 여천군 남면 소리도 앞해상을 지나다 좌초된 이 유조선은 무려 20여일간에 걸쳐 700여톤의 기름을 쏟아내 남해안일대를 검정바다로 변하게 했었다. 이 해양오염사고는 결국 일부 해안주민들의 집단이주를 불가피하게 했고 수십억원의 양식장피해를 가져다 주었는가 하면 해안바위벽에 달라붙은 기름제거작업이 아직도 계속되는 엄청난 화를 가져왔다.
현지 주민들은 피해지역의 원상회복에는 앞으로도 20여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할만큼 그 아픔이 크기만하다. 이 사고해역에서도 보았듯이 기름띠 사고이후 대부분의 양식장에서 어패류의 산란과 성장이 더딤을 볼 수 있다. 결국 오랜기간 그 곳을 「죽음의 바다」로 만들고 만다.
이번 통영 앞바다의 사고 역시 시프린스호때와 상황이 너무도 비슷하다는 데서 우리는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우선 당국이 그동안 좌초사고 예방을 위해 설정한 유조선 전용항로조차 제대로 지키지를 않았다는 점이다. 당국은 시프린스호 사건후 종합대책을 마련하면서 지난해 7월 전해안에 걸쳐 유조선이 다닐 전용항로를 지정했다. 그런데도 이번엔 그보다 4㎞나 벗어난 곳을 버젓이 운항하다 사고를 낸 것이다.
또 하나 지적할 점은 「평소에도 그래왔다」면서 항해 문외한인 조리장이 조타를 맡았었다는 점이다. 선장이 가까이 있었다고는 하나 무디고 무관심하기조차 한 「안전불감증」에 끔찍해지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사고해역에서는 해경 등 관계기관에 의한 기름띠 제거작업이 진행중이다. 언제나 사고가 나면 뒤치다꺼리에 허둥대는 사후약방문식 경험을 되풀이할 수는 없다. 항해선박들에 대한 사전교육의 강화와 전문화된 방제조직·인력·기기에 대한 재점검이 요구되고 있다.
해양국가인 우리나라가 이처럼 빈번한 기름유출 사고를 빚고 있음은 어떤 이유로도 변명할 여지가 없다. 유조선 업계는 물론 당국의 감독과 대책이 더욱 강화되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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