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물디자이너가 만든 문고리·손잡이·의자 등/수준 높은 작품들 수두룩철물점도 문화공간이 될 수 있을까?
국어 사전에는 「인지가 깨어 세상이 열리고 생활이 보다 편리하게 되는 일」이 「문화」라고 정의돼 있다. 무슨 말인지 언뜻 감이 들지 않는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자재 골목에 위치한 「최가 철물점」(02―517―3772). 차라리 이곳을 한바퀴 돌고 나면 문화란 이런 것이구나라는 느낌이 확연히 들어온다.
대장간에서 담금질해 만든 문고리는 문을 여닫을 때 제몫을 하면서도 그것을 보는 것만으로 생활의 향취를 높여준다. 디자인 단계에서부터 장인의 애정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최가 철물점」은 문고리며 손잡이, 탁자다리, 스탠드형 세면기, 의자 등 철로 만든 모든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곳이다. 철물 경력 20년의 사장 최홍규(41)씨는 「철물 디자이너」이기를 선언한 사람이다. 하지만 철물점으로서의 기대치도 만족시켜야 하고, 나름의 작업에도 애착을 갖고있기 때문에 점포를 두 곳 운영한다.
주문생산방식으로 다품종 소량 판매되는 고급 철물은 아담한 2층 건물에 위치한 최가철물점에서, 최씨가 말하듯 『개줄부터 본드까지 철물점에서 일반적으로 취급하는 모든 것』은 맞은편에 위치한 60여평의 강남금속에서 취급하고 있다. 취급품목의 수는 수만점을 헤아린다. 최사장과 금속공예를 전공한 디자이너 2명이 디자인을 하면 솜씨좋은 대장장이 8명이 물건을 만들어낸다.
최가철물점에는 석고상 줄리앙 모습의 손잡이, 사장 최씨의 민둥머리를 흉내낸 「빛나리」 손잡이, 전통의 당초문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구성한 문고리 등 최씨가 만든 작품의 경지에 오른 철물들이 오롯이 전시돼 있다. 마치 금속공예품 전시장 같은 분위기.
10년 전에는 디자인을 배우기 위해 이태리, 파리 등 선진국의 공장을 견학하며 감을 익혔지만 요즘 최씨는 다리미, 자물통, 대패 등 우리 전통 용품을 더욱 꼼꼼히 들여다 본다. 단순하고 순수한 것을 좋아하는 요즘 소비자들의 취향과 실용성을 접목하는 데는 우리 전통의 것이 딱 좋기 때문이다.
디자인을 공부하는 이들은 물론, 집안을 가꿔보려는 안목있는 주부들이 들러눈요기를 하기에도 좋을 성 싶다. 철물박물관, 철물백화점을 세우는 게 최씨의 꿈이니 만큼 수준 높은 철물을 기대해도 좋은 문화공간이기 때문이다.<박은주 기자>박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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