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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기획=화려한 포장?/‘문화도 상품,팔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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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기획=화려한 포장?/‘문화도 상품,팔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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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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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의 중요성이 커지며 영화·뮤지컬 등 대기업 참여/엄청난 제작비·대대적 홍보로 대중과의 거리 좁혔지만/때론 작가정신·예술혼에 앞서고 알맹이가 흔들… 그 허와 실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이런 식의 발상을 지나 이제는 「맛은 상관없다, 보기만 좋다면」이라는 주문이 거침없이 들어온다. 포장되고 연출되고 기획되는 시대다. 문화도 상품이다. 그런 측면에서 문화도 기획의 대상에서 예외일 수 없다. 소비될 수 있는 문화 장르를 상품의 형태로 다듬어 마케팅하는 문화 기획. 문화기획의 개념이 점차 중요해지면서 우리 문화의 틀은 엄청나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긍정적 평가라면 문화와 대중의 거리를 좁히고, 문화를 일반화했다는 점일 것이다. 그러나 기획이 때론 작가정신과 예술혼에 앞서고, 거대자본이 문화시장에서 점점 「큰 손」이 되어간다. 문화기획시대. 그 허와 실은 무엇인가?

기획이 반이라는 요즘 출판계. 히트작은 EQ관련서도 뇌혁명서도 아닌 「여성작가」다. 배수아 송경아 전경린 신현림 등 30대 내외의 젊은 여성작가들. 젊은 여성작가군들 중에는 「구시대적」등단절차를 거치지 않은 작가들도 많다. 출판사의 기획으로 어느날 갑자기 작가가 된 이들이다. 작업의 특징은 사소설적 경향이 강하며, 광고를 통해 작가의 스타성을 집중 부각하는 것도 공통적인 경향이다. 출판관계자들은 이러한 현상이 불황에 빠진 흐름없는 우리 문단의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나온 교묘한 기획이라는 데 동감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부가가치를 생산해내지 못하는 클래식 분야 같은 곳은 발상의 전환, 참신한 기획으로 그간의 부진을 상당히 씻어버린 좋은 예다. 「금난새와 함께 하는 음악여행」, 예술의전당의 「조성진의 음악산책」 등은 상업적으로 큰 성황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클래식에 대한 대중의 부담감을 한층 덜어준 기획이다.

기획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대자본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연극이 고답적이고 지루한 장르로 연상됐다면 화려한 의상과 다채로운 무대장치를 자랑하는 뮤지컬 공연장은 가족 나들이의 장소로 관객들을 유혹했다. 삼성영상사업단이 미국 브로드웨이 뮤지컬사와 공동으로 제작한 「42번가」에 이어 에이콤의 「명성왕후」 「겨울 나그네」 등이 선보였다. 엄청난 제작비, 대대적인 홍보와 기업적 마케팅. 이러한 접근방식은 여느 군소극단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기획인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뮤지컬 관객이 연극 관객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5만원을 호가하는 고급뮤지컬에는 아낌없이 투자하는 관객들이 왜 2만원 내외의 순수연극에는 발길을 돌리지 않는 것일까? 이미 화려한 볼거리에 취해 있던 관객의 눈에 진지한 내용은 궁상떨기나 다름없다. 그래도 연극은 다행이다. 상업자본의 입장에서 볼 때 부가가치가 별로 없는 이 시장은 매력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거대자본에 의한 문화기획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부분은 바로 충무로이다. 삼성 현대 대우 SKC 등 대기업의 각축장이 된 영화시장은 기업적인 기획시대를 맞았다. 이들은 억대 유명 스타들을 스카웃해 대중성 있는 코미디장르를 양산했다. 「돈을 갖고 튀어라」 「닥터 봉」…. 대기업의 영화제작 참여는 한국영화계에 만연했던 예술영화 열등감을 누그러뜨리면서 오락영화로도 영화시장의 간판을 걸 수 있다는 새로운 이데올로기를 파생시켰다. 충무로식의 군소 제작자들은 이제 발판을 잃었고, 싫건 좋건 대기업에 우리 영화의 미래가 달렸다.

그러나 대기업의 기획들은 요즘들어 참패를 면치 못하고 있다. 대우의 「불새」(제작비 17억원), 제일제당의 「인샬라」(15억원), SKC의 「용병이반」(18억원) 등 대규모 투자 영화들의 흥행참패. 잘못된 기획에 주요 영화관객인 20대의 취향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결과다.

그렇다면 로맨틱 코미디로 톡톡한 재미를 본 대기업들이 이번에는 왜 실패했을까? 그것은 바로 그들이 기획하고 있는 것이 문화상품이라는 근본을 간과했기 때문이 아닐까? 문화는 한 번 쓰고 나서 또 쓰는 소비재와는 다르다. 한번 보고 나면 새로운 것을 원한다. 그 새로움은 창의력에서 나온다. 수요 예측이 불가능한 것도 바로 문화산업이다. 이런 문화산업을 기획력으로 커버할 수 있다고 본다면 오산이 아닐까?

문제는 다시 예술이다. 문화의 기획자이면서 투자자인 기획집단이 문화의 진정성을 보강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언제나 그것은 허무한 「상술」일 뿐이다.

기획은 특정 성격의 작가군을 만들어 내고, 부가가치가 낮은 순수문화 장르를 구축해버릴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생산의 원천으로서의 문화의 근본은 사라지고, 포장기술만 늘게 된다. 포장기술은 발전했는데, 정작 포장할 알맹이가 없는 상태. 그 끝은 문화의 대공황일 것이다.<박은주 기자>

◎톱가수 제조기 김창환/레게·랩에서 댄스만 받아들여/박미경·클론 등 음반 1,000만장이상 팔아

김창환(35) 라인음향 이사. 그는 가요계에서 가장 성공한 기획자, 「마이더스의 손」으로 통한다. 그가 판 음반만 1,000만장이 넘는다. 90년 신승훈의 「미소 속에 비친 그대」이후 그가 무명에서 톱가수로 「만들어 낸」 스타들은 김건모, 노이즈, 박미경, 클론. 막강 「김창환 사단」이다.

음반기획자는 음반의 색깔을 결정하고 선곡을 하는 실질적인 제작자. 외국에서는 음반작업과 마케팅이 별개의 분야지만 아직 국내는 미분화상태다.

그의 최대 강점은 대중적으로 성공한 외국의 음반기획자들이 그렇듯 음악과 사람을 골라내는 「귀」이다. 가히 천부적이라고 할까?

단순한 멜로디에 싫증나지 않을 만큼의 반복. 대부분 빠르고 경쾌하다. 컴퓨터 덕분이다. 노이즈가 대표적. 그러면서도 남들과 다른 특성 한가지를 부각시키는 것을 잊지 않는다. 김건모의 경우는 레게, 신승훈과 박미경은 특이한 보이스 컬러, 클론은 춤이었다.

그의 귀는 정확했다. 서태지 이후 시작된 랩, 댄스음악을 가장 손쉽게,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그의 음악은 이후 가요의 판도를 바꾸어 놓았다. 『외국과 동시대의 음악이 가능해졌다』는 판단과 『가수와 의견이 다를 때 100% 자기 생각대로 해야 한다』는 것이 기획자로서의 지론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는 레게나 랩이 가지고 있는 본래의 저항성을 빼고 듣기 편한 댄스 음악만을 받아들였다. 그래서 그의 음악은 여전히 댄스의 영역에만 머물러 있다. 그것이 엄청난 성공에도 불구하고 그가 음악적으로는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이유이다.

김건모와의 결별이후 최근 박미경의 부진 등을 두고 일각에서는 그의 시대가 막을 내리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있다. 현재 그는 클론의 두번째 음반을 준비중. 만일 클론이 또다시 지난해와 같은 돌풍을 일으킨다면 그의 「귀」가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김지영 기자>

◎베스트셀러 제조기 김학원/“책도 이젠 연출의 대상이죠”/제목·문체·광고 등 내용외적요소 중요해져

도서출판 푸른숲 주간 김학원(36)씨는 출판계에 뛰어든 지는 5년 남짓밖에 안되지만 이 분야 사람들이 첫손가락에 꼽기 주저하지 않는 기획출판의 대표적 인물이다.

무명의 정신과의사였던 김정일씨를 90만부의 베스트셀러 에세이스트로 만든 「나는 다만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을 뿐이다」, 각각 30만∼50만부를 팔아치우고 있는 시집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이정하),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류시화), 대중적 역사·철학서 「상식 밖의 세계사」 「상식 속의 철학 상식 밖의 철학」 등 읽지않은 사람들에게도 제목은 익숙한 90년대 대형 베스트셀러들의 기획·편집자가 바로 그다. 최근 출간된 「반일, 그 새로운 시작」(이규배)은 그의 100번째 편집작품. 100종의 책중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것만 40여종을 헤아린다.

그 비결이 뭘까? 그는 80년대 후반이후 「대중의 문화진출」에 따라 현격히 달라진 출판 환경을 이렇게 말한다. 『이전에는 필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출판물의 핵심이었고, 편집자는 교열자의 역할에 만족했다. 그러나 대중의 다양한 문화욕구가 분출되는 90년대에는, 내용이 여전히 중심적 요소이기는 하지만, 그외의 요소가 사실상 독자의 선호와 구매를 결정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내용외적 요소에는 책의 제목, 구성, 문체와 문장의 호흡, 장정, 출판 타이밍, 광고, 홍보 등이 모두 포함된다. 필자의 온전한 영역인 내용 이외의 「책」은 이제 「연출대상」이 된 것이다. 이에 따라 고전적 의미의 편집자의 역할도 변할 수 밖에 없다. 책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새로운 의미의 편집자 상이 요구됐고 「출판기획」이라는 개념이 대두됐다.

김주간은 이러한 출판환경에서 일하는 편집자의 3대 요소를 필자 및 독자욕구의 발견, 지적 포장술, 즉 책의 연출력, 문화조직자로서의 역할이라고 꼽았다. 『출판기획자는 에디슨이기보다는 콜럼버스에 가까워야 하며, 전문가와 대중의 가교가 될 수 있는 진정한 문화 마니아여야 한다』

서강대 81학번. 운동권 출신으로 83년이후 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3차례 4년반 가까이 투옥된 경력도 있는 그는 이제 새로운 시대감각으로 출판문화를 주도하고 있다.<하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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